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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5

[A/S 코너] 섹스 판타지 :: K씨의 일기

그때가 아마 고등학교 1,2학년쯤 이었던 거 같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통유리 너머로 똑똑 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누군가하고 봤더니 c였다. c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묵묵히 식당 건물 뒤편의 언덕을 올랐다. 언덕 위의 건물과 앞 건물의 옥상이 다리로 연결된 그런 구조였기에 우리는 그 계단으로 학교 옥상에 올라갔다. 야자가 시작되기 전이라 아래는 시끌벅적 했고 우리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 그 분위기를 즐겼다. ‘띠디딩~’ 저녁 종소리가 들렸고 학교 전체는 이내 조용해졌다. 시원한 바람과 살랑거리는 나뭇잎의 한적한 울림을 즐겼다. 학교는 시골구석의 언덕배기에 걸쳐 있었기에 옥상에서는 동네의 풍경이 다 보였었다. c는 안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c는 모든 것을 뱉어내듯, 그렇게 담배를 피웠었다.
“나도 한 모금만.”
c는 자신이 피던 담배를 건네줬다. c에게 얻어 피는 담배는 어쩐지 더 맛났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우리는 몇 개 없는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았다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c는 슬며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힘을 주어 깍지를 꼈다. 깜깜한 밤이었기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붉게 변했었던 거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때는 그런 작은 스킨쉽에도 쉽게 마음이 동했었던 거 같다.
그녀를 향한 욕망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갔다. 모습만 봐도 안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서로가 미숙 했기에 안절부절 어쩌지를 못했다.
그 날은 공부를 한다고 c가 우리 집에서 자기로 한 날이었다. 문제집 몇 장을 끄적대고 자기위해 침대 위에 누웠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새벽까지 신나게 떠들어댔다. 별 생각 없이 벽을 보고 누웠는데 c는 허리에 팔을 감아 뒤에서 나를 안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등 뒤로 c의 폭신한 가슴이 느껴졌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할지 말지가 고민되었다. 몸을 뒤척여 c를 보았다. 그녀의 크고 똥그란 눈과 마주쳤다.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스쳐 허리에 올렸다. 그러자 그녀는 몸을 좀 더 가까이 밀착하여 다리와 다리 사이로 그녀의 다리를 집어넣었다. 머리가 어질했고 몸에 힘이 빠져 기분이 붕 떴었다.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 자세 그대로 몸을 포갠 채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던 거 같다. 그때 아마 우리는 멋모르고 행동했던 그런 시절이었던 거 같다.
한 과에 두 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같은 반이 될 수 있었다. 이동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 한적한 복도에 앉았고 c는 ‘나 좀 누울게.’라며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얼굴을 보기가 민망하여 괜히 창문 밖의 풍경을 보며 시선을 돌리다 c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c는 눈을 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고 뽀얗게 빛나는 c의 얼굴이 내 속의 무언가를 자극했다. 그 순간 고개를 확 숙였다가 올라온 c의 얼굴과 마주했다. 그게 우리의 가벼우면서도 어이없는 첫 뽀뽀였다. 한껏 여유를 즐긴 우리는 한 명은 수줍게, 한 명은 해맑게 웃으며 손을 잡고 걸어갔다. 그 때 그녀는 어떤 노래였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휘파람을 전혀 불지 못하는 나와는 다르게 어느 노래든 자유롭게 소화해내던 그녀였기에 그 휘파람 소리가 더 근사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은 공부를 한다고 학교에 남아있었는데 밤이 되자 경비아저씨가 건물 전체 불을 끄고 밖에서 문을 잠갔다. 다른 때는 문을 열어 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을 법한 일이 그날따라 아저씨가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단 둘이 있었던 우리는 찐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뒤에서 팔로 허리를 감아 껴안고 어깨에 턱을 걸친다든지, 어깨동무가 아닌 허리동무는 여학생이었기에 당당할 수 있었던 스킨쉽이 아니었나 싶다. 학생이었기에 풋풋했지 싶다.
글.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