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링 제 1회 체육대회를 다녀와서...
그날 우리가 흘린 것은 땀이 아니다.
글.Oscar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반겨주는 내 짝궁(알고보니 속셈이 따로 있었더군). 아무튼 짝궁의 권유로 쫄래쫄래 따라나선 체육대회! 대학 교정에가면 계절이 확 보인다. 그날은 낙엽들이 벌써 뒹굴고, 바람이 꽤 스산한 그런 전형적인 가을날 이었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연세대 체육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니 설레임 반 긴장 반! 총총총 걸어 계단을 오르니 파랑이와 빨강이 띠를 여기저기에 묶은 사람들이 뒤섞여 이미 체육관 밖으로 먼지가 풀풀 새어나고 있었다. 보자마자 나는 이들의 숨길 수 없는 승부 근성을 간파하고야 말았다. 정정 당당하지 않아도 부당하다 말하는 이 없어서 좋고, 경기를 하다가 룰이 바뀌어도 헤헤헤, 점수도 마음대로 팍팍 주어도 호호호. 보통의 승부 근성이 있는 이들에게 스물 스물 기어 나오는 가끔의 분노도 보일 법 한데, 그저 웃음소리만 평화로울 뿐. 승부욕과 몸을 부비며 하는 우리들의 운동회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었다.
그래서 한없이 즐거웠다. 안면 근육이 마비될 정도로 웃었고, 웃으며 뛰느라 숨이 컥컥 막혔다. 승부를 가르는 팽팽한 열기 속에 다른 운동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즐거운 웃음, 그리고 약간은 촌스럽기까지 한 승리의 메아리! 아직도 그 몸 부딪치기 막무가내 “격구”의 사랑스러움이 생생하다. 역시 몸으로 만나야 금방 친해지고, 금방 드러나고, 금방 일체감을 갖게 되나 보다. 유후~!
그리고, 운동회의 대미, 결승을 장식하는 신나는 이어달리기. 시작 소리와 함께 밀가루 사탕 앞에서 빵 터져주신 **님 덕분에 우리들은 더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었죠. 우히히
아~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나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렇게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게 체육대회를 해 본적이 있었을까 싶다. 조금 늦게 체육대회에 참가한 것은 매우 후회스러웠고, 내가 속한 팀이 잘했지만 종합선물 세트를 받지 못하였다. 어린 시절의 선물 목록 1호, 종합 선물세트~! 선물을 알았다면 완존 열씸히 했을텐데... 흠... 참! 독특한 상들과 청산유수, 재기발랄 상장의 내용들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와서 기억에 남는 건, 세월의 힘인지... 종합선물세트처럼 가지가지 과자가 담겨진 상자 뿐...
연세대 체육관이 떠나가라 응원을 하고, 땀을 흠뻑 내고, 세대 간 격 없이 으샤! 으샤! 그날 우리가 흘린 것은 땀이 아니었다. 모두를 굽이 굽이 돌더라도 한데 모이는 강물 같은 즐거운 추억 하나 만들어준 모든 이들, 특히 운영진 여러분께 감사를 표하며, 내년에도 또.... 보는거죠? 레인보우링 만만세!
글.파니
L 행사에는 처음 가본 거였습니다. 사실은 사람을 처음 만날 때의 어색함을 잘 버티질 못하는데다 요즘 들어선 새로이 관계를 만드는 것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마음이기도 했는디요. 한바탕 땀을 흘리고 쭐래쭐래 3차 뒷풀이까지 따라갔다 집에 가는 길에는 아따 참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워낙에 운동하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격구랑 장애물경기랑 쉬는 시간에 잠깐 했던 레이업슛이랑 다 재밌었어요. 야외에서 둘레둘레 먹었던 도시락이랑 과일이랑 샐러드랑 다 맛있었어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나를 극도로 위장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 저는 좋았어요. 첫 인사에서 의례히 꽂히는 짐작들. 그 속에서도 성/별정체성에 대한 짐작들. 그러니까 저 사람은 여자일 것이다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볼까?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러한 짐작에 맞추어 행동하면서 갖게 되는 죄책감과 냉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저에게는 좀 신나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레인보우링 사랑방에 참여하지 못한게 한이 되더군요. 10대부터 60대까지라는 문구는 정말이었고, 저는 거기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제 삶의 조각들 역시 찾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여행의 계획에 대해서도, 어떤 가족을 만들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었고 지금 소중히 되새기고 있습니다. 또 뵐 시간이 있겠지라고 혼자 좋아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겸재
칼로님의 초대로 운동회에 가게 되었다. 아는사람이 있었지만 혼자서 가야하고 전날 큰행사를 치뤄서 많이 고민했지만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갔다. 간만에 운동이라 몸을 풀겠다고 자전거를 타고간게 화근이 되어 지각을 해서 안그래도 뻘쭘한데 더욱 뻘줌한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운동회라서 정말 운동복을 입고갔는데 다들 뭔가 멋지게 입고와서 민망하기까지...!
우선 줄넘기를 하고 발야구를 했다.발야구는 서로 수비를 잘해서 점수가 잘 나지 않아 매우 적은 점수차로 샤이니가 이겼다.2회초에 뛰어오는 타자와 부딪쳐 살짝 날라가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도시락으로 팀끼리 함께 식사를 하고 쉬다가 이제 배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격구를 했다.격구는 말그대로 매우 격한 공놀이였다. 정말 그렇게 피터지게 몸싸움하고 필사적으로 뛰어다니고는 오랜만이었다. 우야님의 공에 대한 집념은 하늘을 찌르고 오스칼님의 공은 멀~리 날아가고 나는 얼굴에 공맞고 정말 잊을 수 없는 불후의 명경기였다. 사실 격구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다른 경기는 잘 기억이나지 않는다. 다음 경기는 장애물달리기. 샤이니팀에서 첫 주자 어린님이 넘어져서 큰웃음 주셨다. 다시할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도 열심히 달리시는 상대방팀 주자분의 분위기를 따라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대망의 마지막 경기 박터트리기...농구공으로 수차례 맞아도 안열리는 박은 누군가의 제보로 홀x님이 붙였다고 하시던데 어떻게 딱풀로 그렇게 단단히 붙일수가 있을지 능력자 홀x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무리는 수상후에 서로의 소감을 간단히 말하는 시간이었다. 수상은 물론 우야님과 밀가루사탕드시다가 넘어지신분^^도 받았다.서로 소감을 말하는데 정말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방도 하는걸 알았다면 참가할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다음에도 함께 운동할 기회가 생기면 꼭 참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