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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5

[특집: L WORLD] 미녀이시네요

안녕. 나는 A.L.JELL 고미녀라고 해.

아, 지금은 남자인, 고미남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고미남으로 불러줘.
성당의 다비드상을 청소하고 있던 나에게 훈이매니저님이 다가와서 내 쌍둥이 오빠인 미남이 오빠가 쌍꺼풀 수술이 잘못돼서 A.L.JELL이라는 그룹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고, 나에게 대신 미남오빠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했어.
안된다고 안 된다고 했지만, 마음이 약한 나는 미남오빠처럼 보이기 위해 남자행세를 하고 A.L.JELL 기획사에 계약을 하러 들어갔어.
거기서, 나는 살아있는 다비드와 줄리앙과 토마스를 보게됐어. 아 정말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구나 했다니까? 그렇게 넋을 잃고 있는데.
A.L.JELL 리더가 계약하기 전에 내 실력을 검증하지 못했으니, 노래 좀 한 번 불러보라고 하는거야. 그래서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지. 근데 내가 노래는 좀 하거든? 그래서 리더도 내 노래 듣고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나가더라고. 뭐 OK 한거지. 안사장님은 ‘베리 굳’이라며 소리 지르고 난리 나셨지. 다른 멤버들도 괜찮다고 해줬고. 하하.
뭐 다행히 별 사고 없이 계약은 잘 성사됐어. 근데... 계약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훈이매니저님이, 미남오빠가 쌍꺼풀 재수술을 하러 미국에 가있다고 조금만 더 오빠 행세를 해달라는거야. 그때 나는 정식수녀가 되기 위해서 로마에 가기로 되어있었거든? 출국 날이 바로 다음 날이었어. 그래서 나는 못하겠다고 하고 다음 날 로마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어. 근데 거기서 A.L.JELL을 만난거야. 그래서 얼굴을 가리고 빨리 뛰어가다가 A.L.JELL 리더랑 부딪힌거야. 나는 너무 뒤도 안돌아보고 막 달렸어. 근데 비행기표 티켓을 떨어뜨린거야... 그 표가 A.L.JELL 리더 손에 있는 걸 보고 생각했어. 저걸 어떻게 잡지? 그러다가 생각했지. A.L.JELL에 들어가야 하나보다. 이것도 하나님이 정하신 길인가보다 하고. 그래서 A.L.JELL 멤버로 들어가게 되었어. 숙소로 집도 다 옮기고. 여자인 걸 들키면 안 되는데 말이지. 하아.
어쨌든, 이 팀에는 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리더인 태경형님과 부드러운 신우형님과 귀여운 제르미가 있어. 내가 팀에 들어오고 나서 여러 작은 실수를 했는데 그게 마이너스 요인이었는지 태경형님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더 싫어하고 있어. 그래도 신우형님이 날 보살펴주고 있고, 제르미도 친하게 대해죠.
하아, 근데 남자들 사이에서 남장을 하고 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 가슴엔 압박붕대, 팬티에는 작은 공 두 개를 넣고... 왜 넣는지는 알지? 하루 종일 남자들 틈에 있으려니 뭔가 이상하기도 하고 그래. 그래도 열심히 버텨야지 뭐.
남장 생활도 익숙해지고, 어색했던 A.L.JELL 멤버들과도 엄청 친해졌어.
근데 아직까지 태경형님이랑은 좀 어색?한건지 뭔지. 좀 그래. 근데 태경형님은 뭔가 참 눈을 뗄 수 없는 사람이랄까? 그래. 뭔가 내가 다가가면 뒤로 가버리고, 내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 확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신우형님은 나한테 진짜 잘해줘. 내가 여자란 걸 다른 사람한테 들킬 것 같으면 뭔가 흑기사? 보디가드처럼 딱 나타난다니까? 그리고 제르미는 내가 다가가는 걸 좀 무서워 하는 것 같아. 내가 다가가기만 하면 맨날 얼굴이 붉어져. 뭐. 흐음. 근데 내가 이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기도 해. 나는 어쩜 이렇게 감쪽같을까?
그런데 말이지, 우리 신곡 <링띵동> 자켓 촬영을 하는 날에... 나는 보고야 말았어. 우리 촬영을 수영장에서 했거든? 나는 대기실에서 촬영준비를 하고, 멤버들은 촬영감독님과 의논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내가 준비를 다 끝내고 나오자 멤버들이 촬영준비를 하러 대기실로 들어갔지. 그런데 핸드폰을 대기실에 놓고 온 거야 근데... 근데 말이지? 우리 멤버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말이야... 가... 가슴이 있는 거야 모두. 내가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는데, 멤버들이 내 입을 막고 대기실 문을 잠그는거야.
내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더니... 태경형님이 미안하다며 모든 이야기를 해주셨어.
알고 봤더니 A.L.JELL은 남장여자 그룹이였던 거야. 글쎄 태경형님이... 아니지... 근선언니가 내가 있었던 성당에 잠깐 왔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나를 보고 한눈에 뿅갔다는거야. 그래서, 훈이매니저님한테 부탁해서 나를 캐스팅해오라고 시켰다는거야. 우리 오빠가 캐스팅됐다는 건 나를 데려오기 위한 거짓말이였던 거지. 그런데 다른 멤버들이 왜 새 멤버가 들어와야 하는 거냐고 뭐라고 하니까 첫 날에 자기가 먼저 나한테 무섭게 대했던 거야. 노래는 잘하냐. 실력은 있는거냐. 라면서.
근데 나 눈물이 너무 나는 거야. 뭐랄까? 이제야 느꼈달까? 나.... 태경형... 아아 근선언니 좋아하고 있었거든. 겉으로는 나한테 떽떽거리고, 잔소리하고 그렇지만, 속으로는 나 엄청 생각하고 있다는 거 느꼈었거든. 나 츤데레 좀 좋아하거든. 하하. 어색하고 그랬던 게 아니라 이제야 좋아했던 거라고... 좋아하고 있는 거라고 느꼈어. 하아. 근선언니가 나 좋아했다고 하는거... 지금 생각해보면 나한테 하는 행동 하나하나 다 그런 것 같아. 흐음.
하아. 근선언니가 나 좋아했다고 하는거... 지금 생각해보면 나한테 하는 행동 하나하나 다 그런 것 같아. 흐음.
어? 그런데 신우형님... 아니 용희언니도 뭐라고 하네. 자기도 알고 있었다고. 내가 여자인거. 자기도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여자인걸 알았는데. 그래도 눈이 가더라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올망졸망하게 생긴 작은 남자애가 빨빨거리고, 귀엽게 다니는 게 눈에 들어왔었대. 뭔가 보는 게 재밌기도 하고 그랬대. 귀엽네. 이러다가 어느 날 보게 됐데... 내가 여자란 걸...
제르미.. 아 홍지는 내가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라서 많이 놀란 것 같아.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
나도 근선언니가 좋아, 이거 좋아하는 감정인 것 같아. 그리고 용희언니가 날 좋아해주는 것도 너무 감사해. 그런데 잘 모르겠어... 나에겐 하나님 밖에 없었는데... 근선언니랑 내가, 우리 둘이 여자라는 게 조금 마음에 쓰여... 그리고 용희언니도...
어떨 것 같아? 소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그룹 A.L.JELL이 모두 남장여자였다는 것. 그리고 남자인줄 알고 좋아했던 그룹의 리더가 사실은 여자였다는 것. 근데 나도 여자라는 거. 

나 연애 한 번도 해 본 적 없고,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 본 것도 처음이야.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 것도 처음이고. 너무 좋은데 너무 이상해. 이럴 때 원장 수녀님은 뭐라고 하실까? 원장 수녀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