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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1

[인터뷰] 세상에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신군, 그녀를 만나다

서른을 생각해야 하는 28살의 여자. 남들이 보기에는 외향적인 팸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신군을 만났다. ‘십년감수’라는 타이틀로 10년을 맞이하는 퀴어문화축제 사무국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복작거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무국에는 사무국장인 신군 혼자서 자리를 차분히 지키고 있었다. 20대 레즈비언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신군인 그녀의 28년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군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 정체성에 대한 격동기는 없었어요. 20살이 넘으면서 나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구나 하는 고민이 생겼지요. 저는 좋은 사람과 그냥 그런 사람으로 관계를 구분했어요. 그런데 그냥 그런 사람은 나의 테두리 안에 없었어요. 웬만하면 다 좋은 사람들이더라구요.”
신군은 사람들에 대해 남달리 애정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는 넓고도 얕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분명 모든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지금의 애인을 열렬히 사랑하는 그녀였다.
중학교 동창으로 친구로 지내다가 20살 때 사귀게 된 사람은 남자였다(많은 사람들은 남자와 사귀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한다). 친구를 좋아하는 감정과 호기심으로 그 친구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유지하다가 헤어졌다.
사랑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이별한 것이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친구로 계속 만나지 않는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두 번째 사람은 그 사람의 상처를 위로하다가 사랑으로 진전되었다. 1년 정도를 만났다. 그러면서 신군은 자신이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두 번째 사랑 역시 가슴에 남아 있다. 미련이라기 보다는 지속적인 인간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리고 퀴어문화축제를 처음 접한 2007년 즘 지금, 그녀와 사랑은 시작되었다.

지금! 신군은 레즈비언이다.
오히려 무성애자나 범성애자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는 신군이었지만, 지금, 현재 신군은 레즈비언이라고 말했다. 현재 애인(愛人)인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녀를 사랑할 것이기 때문에 신군은 레즈비언이라고 말했다. ‘여자’ 여인을 두고 파트너라고 단언하는 것은 레즈비언이라고 정체화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녀였다. 누군가에 대해 사랑을 갈망하는 것! 그것은 신군 자체가 누구를(여자를) 향해 있는가는 레즈비언인가 아닌가에 대한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신군이 퀴어문화축제 사무국장이라고 하면 으레 레즈비언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퀴어문화축제 사무국장 3년차
“내향적인 성향의 나는 더 차분하게 일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뭔가 폭발할 것 같은 사람과 차분히 꼼꼼하게 천천히 해 나가는 사람 중 어느 사람이 가장 더 잘 해 나갈 것인가? 문화축제라고 해서 외향적으로 열정적인 사람만이 잘 해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신군은 단언했다. 축제는 챙겨야 할 것이 무척이나 많은 작업이라 말했다. 자신의 성향으로 퀴어문화축제는 더 잘 해 나가고 있음을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 퀴어문화축제는 10년 차인 축제였다. 매년 퀴어문화축제에 새로 영입되는 사람들은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고 싶어한다. 기존의 축제를 꾸려 나가는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며 서로의 욕구와 부딪히기도 한다고 했다. 기존에 활동했던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축제가 중요한 만큼 우리 모습, 우리 정체성을 간직한 채 사회에 살아남는 것 또한 중대한 일이기에 축제를 그만두는 것에 뭐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카이브실을 만드는 작업으로 KSCRC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 다음 해에 퀴어문화축제 사무국의 회계 일을 제안 받으면서 축제를 하게 되었어요.” 신군이 퀴어문화축제를 하게 된 계기였다.
“지금의 인권운동 보다는 좀 더 넓은, 문화적인 인권운동을 하고 싶어요. 저는 학교 때 운동권도 아니었어요. 여기 센터는 과거의 운동의 경험이 축적된 곳이죠. 저는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운동이라는 것이 문화적 코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내 것을 얻어 내기 위한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즐기는 운동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한 번에 모여서 분출시킬 수 있는, 축제가 운동의 하나로, 우리 스스로 움직일 수 있기 하는 목적이 되길 바래요.”
신군은 분명 퀴어문화축제 사무국장이었다. 단지 즐겁게 노는 축제 진행자가 아니라 축제를 통해 퀴어를 세상에 알리고, 축제를 통해 퀴어인권운동 또한 함께 하길 바라는 퀴어문화운동가였다.

동거보다 중요한 것은 독립이다!
20대라면 누구나 독립을 꿈꾼다. 하물며 버젓이 애인이 있다면 얼마나 동거를 갈망하고 독립을 소망하겠는가! 그녀, 동거와 독립을 함께 꿈꾸지만, 조금 더 강하게 방점을 찍은 것은 독립이었다.
“음.. 당장 동거보다 중요한 것은 독립이에요.”
신군이나 신군의 애인이나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각 자의 독립을 서로 염원하지만 그 독립을 계기로 둘이서 함께 사는 것이 좋겠다고 합의했다고 한다.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안정과 환경을 마련하여 동거할 집을 마련할 것이라 한다.

신군, 그녀의 미래는 자연과 함께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신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뭘까?” 골똘히 생각해 본다.
미술치료 자격증을 취득할까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나무를 사랑하는 자신이기에 원예나 화훼에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할까 고민하기도 한다고 했다(신군은 너무도 당연하게 “나는 자연을 사랑해요.”, “나무에게 말을 걸어요.”, “안녕?” 그녀는 인간에 대한 사랑보다 나무에 대한 사랑이야기를 할 때 눈에서 빛을 발했다). 그러나 미래를 함께 바라보는 애인은 불안해 한다고 했다. 직장이 안전한 그녀와 달리 신군은 이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시기이기에 그녀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이 많다고 했다. 이러한 고민은 축제가 끝나면 좀 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앞 날이 기대된다. 신군과 나무는 너무나 자연스런 연결고리였다.

20대에도 10대처럼 멘토가 필요하다.
“10대보다 20대에게 멘토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센터에서도 10대를 초점으로 멘토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모든 세대의 레즈비언들에게도 멘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 나온다. 10대와 20 대 초반에는 막연한 불안이 존재한다면, 20대 후반부터 30대에는 현실적인 불안함과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10대에 느껴보지 못했다던 난동기를 아마 신군은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 겪고 있는 건 아닐까?

@.@ 레인보우링 매거진 보세요!
기왕에 시작했다면 프로젝트로 끝나지 말고 꾸준하게 발간했으면 좋겠어요. 이 일이 홍보가 잘 되어 좋은 스폰서를 얻어 평생 해 나갈 수 있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매거진이라는 것이 어쩜 시대에 뒤떨어지더라도 꾸준히 하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에요.

인터뷰어.그냥
인터뷰이.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