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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닥소식 / 대구 퀴퍼 다녀와서

대구 퀴퍼 다녀와서


타리(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네, 저는 10/1~2에 열린 제2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서울에서 참가했던 많은 분들을 대신하여 글을 쓰게 된듯하나 개인적인 감상에 치중되어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에서 아마도 대 여섯팀이 참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속한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퀴어문화축제 사무국, 아이샵, 바람소리, 소담술.... 저희는 10월 1일 아침부터 봉고 한차를 타고 여섯 명이 달렸습니다. 열심히 가니 첫 번째 영화는 이미 시작되었네요. 올해는 무려 축제를 2일로 잡아 작년보다 두 배의 기간을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영화제를 열기 위해서 서울 LGBT 영화제와 대구독립영화협회에서 애를 써주셨습니다. 상영작은 총 세편, 스페인판 L word로 알려진 “치카 부스카 치카”를 1,2편으로 나누어 틀고, 마지막에는 “빅 게이 뮤지컬”이 상영되었어요. 특히 빅 게이 뮤지컬은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보면 많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제에 참여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도한 것, 대구에서 퀴어 영화를 틀었다는 것도 참 벅찬 일이었고, 마지막 회에는 조직위원회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이니 꽤 많은 사람이 되었어요.

모인 김에 퍼레이드 전야제를 하기로 하고 주변 레즈비언 바로 향했지요. 레즈비언 바 사장님께서 축제 후원도 해주시고 안주도 푸짐하게 내어 주셔서 즐겁게 한 잔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퍼레이드에서도 늠름하게 함께 해주셨어요. 첫날 마지막 프로그램은 바로 퍼레이드가 열리는 동성로에 포스터 붙이기입니다. 맥주를 한잔해서인지 손발이 저절로 움직입니다. 성정치위원회 사람들과 대구여성회 활동가분이 2인 1조를 나누어 샤샤삭~ 붙이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민들에게 알릴 홍보물 판넬을 제작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이번 대구 축제의 컨셉이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알리고 다가가자라고 해서 아주 친절한 판넬을 제작합니다.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퀴어, 퀴어문화축제, 커밍아웃 등에 대한 설명이었어요. 오랜만에 이런 친절한 선전물을 제작해 보는 거 같은데 아주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눈에 단어들이 딱딱 들어오니 제 눈에도 행인들의 동공 확장과 표정 변화, 관심이 팍팍 느껴지더라고요~.

퍼레이드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중요한 프로그램을 소개해야 합니다. 바로 “일반과 함께 하는 이반이야기 한채윤”입니다. 주로 대구 지역에서 여성, 시민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많이 참석하였는데 한채윤님은 참가자 구성이 너무 다양하여 강의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노련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주로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서 일반이, 사회가 어떤 관점과 자세를 가지고 고민하고 함께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하였습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으로 튼튼하게 일구어갈 역할을 함께 해나가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고요.

강의가 끝나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부스, 공연, 퍼레이드입니다. 대구 동성로에는 정말로 사람이 많고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어 있어서 축제를 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이었어요.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특히 ‘동성’로라 그런지 동성애자가 많이 눈에 띄었어요. 유인물을 나눠주다가 서로 띵!동!을 외치며 자동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10~20대 초반 일반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아이샵에서 나눠주는 막대 사탕형 콘돔이 불티나게 나갔고, 조직위에서 준비한 풍선도 인기 만점이었어요.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의 선전물도 많은 이들이 눈여겨 보았구요, 이주여성인권센터도 단체 활동을 알리는 부스를 차려서 풍성함을 더했습니다.

그날의 사회자는 진보신당 대구시당의 구장춘님와 성정치위원회의 두영님이었는데요, 그날 유일하게 두 분이 퀴어한 복장을 갖추어서 묘미를 더했고, 대구 지역의 문화다양성과 인권을 고민하는 이들이 공연도 함께 하고 퍼레이드에도 함께 해서 대구만의 독특한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퍼레이드에 있어 아쉬운 점 중의 하나는 시민들에게 알릴 홍보물과 피켓이 매우 부족하여 아름답게 나부끼는 무지개 깃발의 의미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이 와중에 진짜 주인공중의 하나는 ‘비밀의 화원’ 회원이 아닐까 하는데요, 경상지역의 30세 이상 레즈비언 까페인 ‘비밀의 화원’ 회원들이 6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조직하고 당일에도 자원봉사자로 활약하고 퍼레이드와 뒤풀이에도 함께 했습니다. 앞으로는 게이 커뮤니티, 트랜스젠더 분들도 함께 해나갈 수 있기를 고대해요.

이제 2회를 마친 대구퀴어문화축제, 당일날 가서 조금 도운것 외에는 사실 힘을 많이 보태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어느덧 이만큼 성장해서 지역의 단체들, 활동가들,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이렇게 일구고 있었습니다. 조직위원장인 배진교님은 맨날 너무 부족하고 부끄럽다고 하지만 일단 시작한 것, 그리고 이렇게 두 번째를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역할을 해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장기적으로 대구 퀴어문화축제를 안착시키고 이 축제가 무엇보다 대구 퀴어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주체를 형성하고 성소수자 운동을 강화하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 좀 더 기반을 튼튼히 하는 작업이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 축제를 위해서 올해 11월부터 초동모임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퀴어문화축제 사무국을 비롯해 이번에 대구 축제에 참가했던 단위들부터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대구에서, 또 다른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꽃피울 수 있도록 해보아요. 내년에는 버스 대절해서 “서울에서 퀴어뵨태들이 간다” 플래카드 붙이고 함께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