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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Episode 1

[축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퀴어문화축제 뒷이야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퀴어문화축제 뒷이야기


퀴어문화축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이러하다. 그해에 ‘서울국제퀴어영화제’가 처음으로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기금을 받았다. 공적 기금을 동성애관련 행사가 받은 것은 최초였다. 영화제조직위원회는 기금을 좀 더 뜻 깊게 쓰고 싶었고 기금의 일부로 퀴어문화축제를 열자고 여러단체에 제안을 했다. 곧 어려 단체가 의기투합했고, 마침내’ 퀴어문화축제공동조직위원회’가 꾸려져 이틀간의 문화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났다. 독립예술제(현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제안이 왔다.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대학로를 빌려 퍼레이드를 하려고 하는데 참가하겠냐는 것이었다. 거리행진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축제조직위원회는 서둘러 퍼레이드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8월 26일 당일에 비가 내렸다. 다른 단체들은 모두 행진을 포기했지만 퀴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단독 퍼레이드를 결심했고 마치 처음부터 우리를 위한  자리였던 것처럼 그렇게 빗속을 행진했다. 이것이 퀴어문화축제 영화제, 퍼레이드의 효시이다!! 


헤드윅 존 카메론 미첼, 길거리에서 섭외하다!!!!

8회 퀴어문화축제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헤드윅>의 배우이자 감독인 존 카메론 미첼이 퍼레이드의 축하무대에 선 일이다. 원래 2곡을 부르기로 했는데 신이 나서 3곡이나 불렀고 특별히 검열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즉석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세계적으로 유명한배우 어떻게 섭외했을까? 당시 퀴어문화축제 자원활동가였던 **님이 인사동길에서 우연히 관광을 나온 존 카메론 미첼을 보게 되었다. (그는 당시 한국에 공연을 하러 왔었고공연 일정을 다 마치고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팬으로서 다가가 인사를 하고 사인을 받았고 헤어졌지만 걷다가 갑자기 퀴어문화축제가 생각나 다시 뛰어가 말을 걸었다고 한다. 한국에 이런 퍼레이드가있는데 한 번 참여하지 않겠냐고. 놀랍게도 미첼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그 자리에서 의사를 밝혔고 그 자활은 바로 사무국으로 전화를 걸어 다시 미첼측과 우리를 연결시켜 주었다.

기업후원, 안 하는 것이냐 못 하는 것이냐 

퀴어문화축제는 기업후원 안 받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안 받을 리는 없다. 단지 후원금 때문만이 아니라 기업후원 자체가 사회의 변화, 즉 성적소수자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드러내는 척도이기도 하므로 행사에 후원을 이끌어내는 노력도 축제가 가져야 할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다. 하지만 장벽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훨씬 훠얼씬 높다. 연락을 해보면 대체로 담당자들이 (무식하게도!) 퀴어가 뭔지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고, 알 경우에는 (무례하게도!!) 시기상조다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러니 기업들도 우리에게 후원을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모르겠다.




** 퀴어문화축제 10주년 기념 매거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