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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Episode 1

[축제] 언니네트워크 캣우먼

언니네트워크 캣우먼

퍼레이드를 장악한 응큼한 고양이들,

퀴어란 이름으로 세상을 마주하다


제11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의 1호차를 장식했던, 
뒤따라오는 관중을 열광하게 했던 그녀들.
퀴어라는 이름 아래 유쾌함과 섹시함으로 무장하고 
흔들리는 트럭 위에서 관능적인 몸짓과 뇌쇄적인 눈빛으로 
수십,백의 L들을 홀린 두 명의 캣우먼을 만나다. 
인터뷰/정리. 겸재



두 분이 속해있는 언니네트워크는 어떤 단체인가요?

자루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하는 단체로 현재 약 20여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비혼과 레즈비언 페미니즘 그리고 아시아여성연대를 이슈로 잡고 블링블링하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단체입니다.


두 분의 간단한 소개를 해주세요

자루  저는 @아시아팀의 자루이고 활동한지 1년정도 되는 나름 중견활동가에요.(강조) @아시아팀은 아시아여성연대와 관련된 여러 행사와 ‘꼬매고 싶은 입’(반여성주의 발언을 한 인사를 선정하여 상을 주는 행사)과 페미지아라는 영문 메타블로그를 운영해 아시아 여성주의자들의 소통의 공간을 담당하고 있는 팀이에요.
디디  반가워요. 저는 액션+공감팀의 디디라고 합니다. 액션+공감팀은 종전의 소통과 공감팀이 합쳐져 앞에서 말했던 ‘꼬매고 싶은 입’과 비혼,페미니즘에 관련된 행사들을 기획하고 액션을 담당하는 재기발랄하고 활동적인 팀이에요.


두 분의 캣우먼의 시작은 어떠하였나요?

자루  액션+공감팀에서 회의가 진행되다가 나왔어요. 사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트럭,부스는 운영위원회가 준비합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달빛&캣우먼으로 ‘레즈비언도 이렇게 즐겁고 섹시함을 즐길 수 있다.’라는 모토로 진행되었어요. 디디는 본인이 희망해서 했고 저는 운영위원회에서 하라는걸 극구 거절하다가 어느 날 낮잠을 자는데 제가 트럭 위에서 춤을 추는 꿈을 꾸고 운명이라고 생각해 한다고 했어요(웃음)


준비하면서 재미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디디  평소에 운동을 안하는데 갑자기 격한 운동으로 연습할 때 맨솔에담을 덕지덕지 바르고 했어요.
자루  축제 당일에 보셨겠지만 등에 근육테이핑을 하고 춤을 췄어요. 디디는 축제 자체가 처음이고 저도 트럭에는 처음 오르는 거라 욕심 부려서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축제 후에 언니네트워크 회원번개를 했거든요. 거기서 우리도 그렇고 부치파탈도 그렇고 재롱부려서 후원금을 꽤 쏠쏠하게 벌었어요.(웃음)


트럭에서 춤출 때 어떠셨어요?

자루  비가 많이 오고 트럭이 생각보다 많이 흔들려서 조금 무서웠어요. 하지만 비가 와서 미친 척 더 과감할 수 있었고 너무나도 열광적인 관중들 덕에 신났어요. 어떤 남자분이 계속 주시려고 손을 뻗으셔서 받았어요. 그리곤 제가 즉흥적으로 스무디를 제 몸에 쏟았는데 그 때 이성을 잃어서…
디디  원래 제가 받은 것도 자루의 몸에 뿌리고 더 과감하게 핥으려고 했는데 자루가 이성을 잃기도 하고 트럭도 흔들려서 제대로 핥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어요(그녀는 정말 매우 아쉬운 듯 했다.)
자루  그렇게 뿌리고 남은 것을 던졌는데 어떤 분이 그걸 받아서 쪽쪽 빨아 드시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언니네트워크 리플렛 같은거 나눠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디디  음 입술에 붙여서 나눠주면 더 호응이 좋지않았을까요?(웃음) 그 날 캣우먼이니까 다리도 길어보여야 하고 각선미도 있어 보여야 하니까 하이힐을 신자 해서 신었는데 정말 무리여서 금방 벗었어요. 제대로 못한게 너무 많아서 너무 아쉬워요. 어디 다른데서 쓸 곳이 없을까요? 원래 준비된것이 더 많았는데……


두 분의 더욱 뜨거운 무대를 놓쳐서 아쉽네요. 축제를 마치고 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자루  퀴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공개적인 활동은 처음이었는데 그런 의미를 두기전에 너무 즐거웠고 굉장히 큰 해방감을 느꼈어요. 다양한 관계에서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보다 많이 자유로워 졌구요. 너무나도 소중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서 많은 사람들이 트럭을 거쳐갔으면 좋겠어요(웃음)
디디  보통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나의 행동이 의식되었을 때 내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될 가능성이 매우 큰데 트럭 위에서는 그런 모든 생각에서 해방되고 즐거웠는데 축제가 끝나고 그 해방감이 사라진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워요. 기회가 있으면 또 서고 싶어요. 저에게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자루  축제 자체가 이성애관계에서 볼 수 없는 퀴어만의 섹시하고 발랄한 유쾌함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것이 퀴어문화축제 같아요. 다음 해의 트럭은 ‘unlimited’라는 컨셉으로 더 섹시하고 강렬하게 나가려고 해요.(웃음)


많은 분들이 자루님과 디디님께 많은 질문을 쏟아내셨는데, 딱 4가지만 골랐습니다.
미유넷의 애인있으신 우잉님: 애인이 있어요?

자루  우리 둘 다 애인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낭비라고 하더라구요.(웃음)
디디  저는 애인하고 축제 에프터파티에서 놀았어요. 알아보시는 분들이 커뮤니티에 그 캣우먼언니가 애인하고 ef에서 완전 열심히 놀았다고 글도 올라왔더라구요.


미유넷의 미셸님: 낯선 남자에게 받은 스무디 맛이 어떠하였는지? 본업도 궁금해요.

자루  저는 몸에 쏟아서 맛은 모르겠고 제가 던진걸 받아드신 분께 물어보시면 되겠네요.
디디  음…비와 땀과 스무디가 섞여서 스무디맛은 안났어요. 제대로 맛볼 겨를도 없었구요.
자루  약간 알코올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지 않았나요?
디디  글쎄…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아쉬워요. 제대로 핥지 못한게 천추의 한이네요. 연습할 때 제가 자루님의 어깨를 보고 탐냈거든요. 애인 분이 불안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후후(웃음)
자루  디디님 정말 불안하게 만들었다면 디디님은 이 세상에 없을거에요.(웃음) 그리고 저희 둘의 본업은 대학원생입니다. 저는 본업을 연극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8월에 프린지페스티발에서 연극을 하니 많이 보러오세요.


미유넷의 씨오님: 공개적인 장소에서 얼굴 내놓기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는지?

자루  행사 당일날 비가와서 시야가 넓지 않고 트럭이 흔들려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어요. 중간에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불쾌하기 보다는 ‘우리는 이렇게 재미있게 논다.볼 테면 봐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디  엄마만 안보면 괜찮아요.(웃음)
자루  이번 축제를 전후로 커밍아웃에 대해서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좀 줄어들었어요. 좀 더 당당해졌고 생각도 바뀌었어요. 음 커밍아웃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커졌고 애인과 길을 걸을 때도 전에는 긴장하고 눈치보고 그랬다면 지금은 그런것에 있어서 많이 자유로워요.


그녀들은 매우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축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축제후유증(커밍아웃하고 싶은 욕구가 샘쏫는)을 앓고 있었다. 내년에는 더 화끈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하는 그녀들을 보면 내년 퀴어문화축제를 목빼고 기다릴 L들이 조금 더 많아 지지 않을까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