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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L-NOLLAN?!/#3 기혼이반

이바닥소식 / 레즈비언, 더 건강하게!

레즈비언,
더 건강하게!

글.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 주치의 무영 
(muyoung98@daum.net)
 


<레즈비언, 더 건강하게>로 글 제목을 잡은 것은,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인데요, 레즈비언임을 질환으로 보지 않고 스스로 긍정하는 것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면, 이제 레즈비언 맞춤식 의료서비스 같은 것도 준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08년에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를 여행하며 L바에서 마주쳤던 “다르다면 다르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GLTB 전용 치과의원 광고처럼 말이지요. 오늘은 글을 통해 레즈비언이 “더” 건강하기 위해 챙겨야 할 5가지를 말씀 드릴까 합니다.
 
1. 유방암 정기검진은 필수
유방암에 잘 걸리는 조건을 아시나요? 술, 비만, 운동 부족, 과다한 동물성 지방의 섭취 등이 모두 유방암의 위험 인자랍니다. 게다가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 것도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높아지게 만드니, 레즈비언이 이성애 여성들보다 유방암에 잘 걸린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문제는 이성애 여성들보다 레즈비언은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고, 특히 유방에 대해서는 아예 없는 것처럼 무시하려고 하는 부치들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유방암은 국가 5대암 검진 사업에 포함되어 있어, 만 40세 이후에는 대단히 저렴하게 조기 검진받을 수 있는 여성 암 중 발생률 2위(1위는 갑상선 암)의 암이자,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는 암입니다.

2. 자궁경부 암, 예방주사는 안 맞아도 정기검진은 받자
요즘 젊은 여성들은 자궁경부 암 예방주사를 맞곤 하죠. 레즈비언은, 단적으로 말해 예방주사를 맞을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자궁경부 암은 인간유두종 바이러스의 만성적인 감염에 의해 생기는 암인데, 남성과의 성기결합 섹스를 통해서 이 바이러스가 옮는답니다. 그러니 레즈비언이 5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주고 이 예방주사를 맞을 필요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자궁경부 암 검진은 레즈비언이라도 꼭 받는 것이 좋은데, 예전에 남성과의 성관계가 있었던 레즈비언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난소 암이나 자궁내막 암 등 다른 생식기암들은 이성애 여성들보다 레즈비언들이 걸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임신/출산이 거의 없으니 산부인과를 찾지 않게 되어, 이런 생식기암의 발견이 많이 늦어진답니다.

3. 절주, 금연, 운동의 효과
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레즈비언의 흡연율은 이성애 여성 흡연율의 2배에 이르고, 비만은 1.15배, 알코올 소비도 더 높다고 합니다. 사회적 차별에 분노하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다 보니 음주와 흡연이 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러한 건강위험요인들이 많아질수록 노후에 혼자 걷고 혼자 식사할 수 있는 등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를 위해 이러한 건강위험행동들을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4. 안전한 섹스
안전한 섹스는 게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레즈비언은 성전파성 질환이 낮기는 하지만, 애인과 바이브레이터를 공유하지 않는 것 정도는 필요하겠지요? 덤으로 손톱 깎기는 한 사람당 하나씩 사용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안전한 섹스를 위해서도 HAV(A형 간염), HBV(B형 간염) 예방주사는 꼭 맞읍시다.

5. 믿고 찾아갈만한 의료기관 만들기
병원에 가면 퀴어인 것을 들킬까 봐, 병원에 가도 어차피 믿을 수 있는 진료는 받지 못하니까, 점점 더 의료기관을 멀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현재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사회 1차 의료기관이 없습니다. 전문적인 관련 병원도 전무하고, 관련 의학 정보의 수준도 낮습니다. 성전환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있지만, 지역 사회에서 레즈비언이 만성 질환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건강 관리를 하고자 할 때,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의료인은 한국에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이런 전문의료인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필요한 조언을 얻고 싶다면, 만들어야 하고, 훈련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얘기하여, 그에 관해 외국 자료들을 찾아보고 한국 통계들을 만들도록, 공부하도록 의료인들을 독려해야 합니다. 믿을만한 의료기관은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답니다. 


살림의료생협(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건강과 의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드는 협동조합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으니,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 운영하자는 것이지요. 2012년 은평구에서 개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살림의료생협의 조합원이 되시고 싶다면, 주저 없이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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