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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L-NOLLAN?!/#3 기혼이반

[기혼이반] 인터뷰


 기혼이반’, 기혼의 정의는 이미 결혼함. 이반의 정의는 일반(성향, 성적지향)이 아닌.

이미 결혼한 이반, ‘기혼이반’에 대한 이야기들은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늘 뜨거운 감자이다. 대부분의 결혼을 원하지 않는, 그리고 (한국에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기에) 파트너와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반들은 기혼이반들을 보며 이반이면서 이성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불륜이다 바람이다 등으로 윤리적,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 대부분의 레즈비언들이 남성과의 결혼을 하지않고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기혼’이라는 단어는 단어 자체만으로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기혼이반’들은 자신을 레즈비언이라 커밍아웃하긴 쉬워도 기혼이라고 커밍아웃하기엔 어렵다. (레즈비언 커뮤니티 내에서 바이라고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아니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도 ‘무혼이반*’으로 ‘기혼이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렵다.

‘기혼이반’은 현재진행중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결혼’을 뺀 레즈비언 연애관계로 이야기 했을 때 세 가지 연애관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1. ‘기혼이반’과 결혼 경험이 없는 이반과의 연애
2. ‘기혼이반’과 ‘기혼이반’과의 연애
3. ‘기혼이반’과 결혼 경험이 있는 이반과의 연애

‘기혼’이라는 단어 안에 ‘남편’과 ‘아이’가 겹쳐 보이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연애는 모두 불륜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사회적으로 말하기에는 불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성정체성은 유동적인 것이라 평생 이성애자로 살아오다 결혼한 뒤에 레즈비언임을 깨달았을 수도 있고, 바이인줄 알았다가 레즈비언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도 있다. 또, 자신은 원치 않게 남성과 결혼하게 됐을 수도 있고, 개개인마다 삶이 다양하기 때문에 남성과 결혼하게 된 이유나 과정들이 모두 다를 수 있다. 결혼을 한, 하게 된 당사자가 아닌 어느 누가 옳고 그르다 할 수 있을까? 기혼이반의 세 가지 레즈비언 연애관계로 나누어봤을 때, 어떤 것이 더 괜찮고 괜찮지 않고를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이번 레즈비언 종이 매거진 ≪레인보우링≫은 ‘기혼이반’이라고 불리는, 결혼한 상태의 레즈비언을 만났다. 그것도 만나보기 힘들다는 커플로. 두 분은 서로 기혼인 상태에서 만나 10년 동안 사랑을 하고 있다. ‘기혼이반’이라는 단어에서 느꼈던, 필자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혼이반’에 대한 느낌, 생각들을 내려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홀릭(이하 릭) : 안녕하세요. 홀릭입니다. 레즈비언 매거진 레인보우링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야(이하 우) : 안녕하세요. 레즈비언 매거진 레인보우링을 함께 만들고 있는 우야입니다.

겸재(이하 재) : 저는 겸재고, 저도 레인보우링 필진입니다.

신비(이하 신) : 저는 신비예요.

러브신(이하 럽) : 저는 신비를 10년째 사랑하고 있는 러브신. 아니다. 만난지 11년째라고

해야겠네요.

신비(이하 신) : 그렇지. 만난건 99년이니까.

릭, 우, 재 : 으하~ ( 인터뷰 나온 레인보우링 필진 모두 부러움의 탄성 )

릭 :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럽 : 99년에 같은 직장에서. 내가 먼저 있었고.

우 : 크하~ 사내연애!

럽 : (웃음) 그렇지.

신 : 그리고 내가 1년 뒤에 갔죠. (정확한 날짜까지 이야기 해주셨음)

럽 : 그러니까 99년에 만났어요. 처음에는 그냥 친구로 친하게 지내다가...

신 : 원래 이 사람(러브신 님)이 레즈고요. 저는 아니라고 알고 있었어요.
     
이 사람 원래 레즈기 때문에 경험이 있었지만? 친구들이 다 결혼하니까, 
      놀 사람이
없어지니까 결혼을 했고. 나는 내가 레즈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고 결혼을 했고.
      그렇게 각자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직을 했는데, 이 사람이 본래 레즈성향이 있으니까, 
      나를 보고 친구로 지내다 보니까 나를 좋아하게 됐던 거지. (웃음)

우 : 친구로 다가 가셨었군요~? 역시. (웃음)

럽 : (웃음)

신 : 나는 그 때 결혼을 한지 얼마 안됐고, 아이들이 어려서 늘 지치고 힘든 상태였어요.
     
(단호하게) 하지만 이 사람은 결혼생활이 힘들지 않았어요!

릭, 우, 재 : 으하하하 크크크 (동시에 웃음이 빵터짐)

럽 : 에너지가 넘쳤지. (웃음)

신 : 본인은 즐겁게 살고 있는데, 내가 결혼생활을 너무 힘들어 하니까, 
      보고 안쓰러움을 
느끼고 잘해주고 챙겨주고 위안을 주고 그랬죠.

럽 : 처음에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릭, 우, 재 : 으하하하하하 (또 동시에 웃음이 빵터짐)

우 : (흥분) 방금 10년째 열애중이라고!?

럽 : 처음에는 불쌍했어. 연민...?

릭 : 아... 연민으로 시작....? 했군요.

럽: 음. 하여튼. 결혼 전에는 그런 경험(레즈비언으로의 경험)이 있었는데,
     그 때만 해도 동 성애라든지 이런게 화두가 될 때가 아니었지.
      1990년대부터 동성애가 담론화되기 시작 했잖아요?
      그 때는 정확하게 내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좀 다르다라고 생각했지. 
      여자만 좋더라고요. 좋은데 그래도 결혼은 남자랑 해야되는가보다 싶어가지고 결혼을 했지.
     
그때만 하더라도 그랬지. 친구들도 다 결혼하고 그랬죠.
      
그 이후로는 친구들하고 특별하게 지내면서 사랑하는 관계는 없었어요. 
      대학 때 한 번, 여자친구로서 좋아하다가 특별한 사랑을 했던 경험은 있지.
      
그러다가 이 친구를 만나가지고 새롭게 특별한 사랑을 느꼈지. 이 사람(신비)이 그걸 또 유도를 하더라고~

우 : 크크크 오호~ 유도라고요?

신 : 이걸 뭐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웃음)

럽 : 자기가 던졌잖아~

신 : 나는 되게 불쌍하게 살면서, 누가 위안이 되게, 나에게 잘해줄 수 있게 한 셈이지.
     
내가 항상 힘들고 지치고 의지하고 그러니까 뭔가 나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러다보니까 그 때 버디를 만난거지.

릭 : 아하~

럽 : 내가 고민을 많이 했거든? 이게 뭔가. 흠.
     
자기(신비님)가 나한테 무슨 상담도 하고 그래서.

신 : 성적상담 (웃음)

럽 : 성적상담을 막 하더라고. 남자랑 하는 섹스에 만족감을 못 느끼고 너무 아프다고.
     
나는 그런 건 아닌데 생각하다가 안 되겠어서 인터넷을 찾아봤지. 
      99년에 넘어가서 2000년에 사랑을 좀 느끼게 시작한 거지. 색다른 감정을.

릭 : 되게 기셨네요?

럽 : 그렇지. 1년 동안은 지켜 본거지. 서서히 스며들었다고나 할까? 그녀의 매력이?

신 : (웃음)

럽 : 2000년도에 이 사람이 행복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고민들을 하게 됐지.
     
도저히 가정생활에서 성생활에서 행복하지 않은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버디를 만나게 된 거야. 버디닷컴을. 특별한 성고민? 이런 게 있더라고.

릭, 우 : 크크크크 특별한 성고민!!!

럽 : 특별한 섹스인가 특별한 사랑인가. 어쨌든.
     
들어가서 봤더니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들이더라고.
     
그래가지고 버디에 고민을 털어놓고 그랬지.
      그렇게 하다가 이 사람하고는 서서히 가
까워지기 시작했지.
      그러면서 같이 동성애 관련된 ‘친구사이냐 동성애냐’ 이런 외국서 적도 주고. 
      그때만 해도 국내에 동성애 관련된 전문서적은 없었으니까.

신 :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올라온 글들 보고 나한테도 조금씩 조금씩 좀 보여주고.

럽 : 교육시키면서 나도 공부 좀 하면서. (웃음)

신 : 그러다가 사랑을 느꼈는데. 그런데 이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관계인 거잖아요.
     
사랑한다고 느끼지만 인정을 안했지. 그런 상태에서 친구처럼 지냈죠.
     
그러던 어느 날. 술을 좀 마셨어요. 제가 술을 잘 마시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클럽에서 여러 명이랑 노는데, 놀면서 술을 마시다 보니까
      우리의 감정이 표출되기 시작한 거에 요.
      친구들은 우리 둘이 심각하게 깊이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 한 명 두 명 사라 지고 다 가버린 거예요.
      둘만 남은 상태에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 쌓였던 감정 들이 나오게 됐죠.
      사실은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너 모르지?
      아니 나도 널 정말 사랑하고 있었는데 네가 몰랐잖아! 하면서
      그 동안 쌓였던 감정들을 울면서 이야기 하게 됐죠. 그러다 키스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거기가 일반클럽이었거든요. 우리가 이상할거잖아요?
      웨이터들이 와서 영업시간 다 됐다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 갔나하면서 정신 차리고 보니까 새벽 2시더라고요.
      근데 4시까지 영업하는 곳이라 사람들이 다 있었어요.
      주위에 남자들이 다 우리를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우리
둘이 키스하고 끌어안고 울고불고 하고 있으니까 나가라고 한 거죠. 
      그래서 창피해서 정신을 차지고 밖으로 나왔죠. 나오고 그 날은 집에 갔는데,
      감정을 모두 다 쏟아내서 다음 날 부터는 예전에 친구처럼 지내지는 않게 됐죠.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게 된 상 태지. 그러다보니까 사랑하는 관계로 돌입하게 된거지.

우 : 역시... 술이 들어가야...

럽 : 원래 나는 술을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잘 못 마셨는데...

신 : 나는 잘 마셔요!

럽 : 이 친구는 굉장히 술을 잘 마셔서 같이 놀러 다니더라도 나는 늘 차를 몰고 그랬지. 
      
같이 놀러 다니는 팀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은연중에 일주일에 한 번은 놀게 되는 거야.
      왜냐면 둘이만 잘 안 만나지니까 같이 노는 걸 빙자한? (웃음)
     
그렇게 즐겁게 지내다 보니까 나중에는 둘이만 있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둘이서만 점심 먹으러 가고. 일종에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죠.

우 : 오, 다 나오는데요? 데이트, 연애, 사내연애 (웃음)

럽 : 그렇죠. 종합 선물 셋트예요!

신 : 응, 그렇게 만났다는거지. 이 질문은 어떻게 만났냐는 거니까.

럽 : 1년에 걸쳐서 서서히.

신 : 2000년에는 둘이서 밥 먹으러 다니고 술 마시고, 서로 애매한 상태에 있다가.
     
2001년 2월에 사랑한다고 고백을 한 거지.

럽 : 그러다가 스킨쉽도 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니까? 그러다 생각했지. 이건 특별한 사랑이구나.

신 : 그래서 꼭 자자고. 1박 2일로 여행가자고 그랬다니까.

럽 : 2001년 2월에 고백을 하고, 같이 잔거는 이주 후에. (날짜까지 모두 이야기 해주심)

릭 : 우와, 그걸 다 기억하고 계시는거예요?

럽 : 그럼요. 그 때 일기도 썼거든요? 2000년에 내가 1년 동안 고민하며 썼던 그 일기장을 보여줬지.
      내가 사랑한다고 하니까 믿지를 못하더라고.

신 :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니랑 내랑 안되지 않냐고.
      날 사랑한다는게 말이 되냐고 했더 니. 일기장을 보여줬죠.

럽 : (신비님이) 인기가 많았거든?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어.
      술도 잘 마시고. 노래는 좀 못하지만. 좀 이렇게 볼륨도 되고. (웃음)

릭 : 러브신님의 라이벌은 남자들이었군요?

럽 : 그렇지, 내가 남자들이 이 사람 옆에 오면 성을 내고 그랬지. 친구로서는 좀 더 지나친 감정 있잖아~

신 : 내가 남자들하고 친하게 지낼 때 마다 막 불같이 화를 내고.

럽 : 내가 이메일도 많이 썼어요. 2000년에.

신 : 지금 보면 친구 간에 썼던 이메일이 아니예요.
      그렇다고 해서 사랑해요 이런 단어는 안 써 있는데,
      네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네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갔죠.

우 : 단어만 안 썼을 뿐.

럽 : 결혼을 안했었다면 빨리 고백하고 그럴 수 있었겠지. 우리가 결혼한 상태니까 그런 생 각을 못했던 거지.

신 : 특별히 직장 내에서도 붙어 다니고 그렇게 해도
      우리가 다 기혼자니까 그런 의심을 처 음부터 안 하는 거지.
      주변 친구들도 쟤네 커플이다 애인이다 쟤네 둘이 사귄다라는 말을 해도
      그게 진짜 사귀는 게 아니라 절친한 친구다, 겉으론 그렇게 나타나는 거죠.

럽 : 그렇게 있다가 진짜 친한 친구들한테 커밍을 했지.

릭 : (감탄의 눈길) 되게 용기 있으시다.

우 : 커밍아웃을 한 다음에 친구들의 반응은 어떠셨어요?

럽 : 그럴 줄 알았다.

릭, 우, 재 : 으하하하 크크크 (동시에 웃음이 빵터짐)

신 : 처음에는 놀라잖아. 그래? 그런거였어? 그러다가 그래. 그럴 것 같아. 그랬지.

우 : 되게 편하게 받아주셨네요?

신 : 나름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친구들이니까.

릭 : 다 여자 분이셨나요?

신 : 그렇죠.

럽 : (신비님께) 그 남자도 알지 않나?

신 : 아 한 명 있다! 우리 친구들 중에 한 명을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우리한테 누님누님 하면서 그 사람한테도 말하게 됐지.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점잖고 싫다고 표현 안하니까.

럽 : 별로 안 놀라던데?

우 : 음... 아! 처음에 성상담도 하시고 그러셨잖아요?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두 분이서 첫날밤을 보내셨을 때 만족스러우셨나요?

럽 : 자기가 이야기 해야지, 나는 만족스러웠는데. (웃음)

신 : 사실 제일 처음 같이 잔건요. 둘이서만 잔게 아니고.

우 : (흥분) 네!? 두 분이서만 잔 게 아니라고요?

신 : (당황) 아니.. 그러니까 둘이서 밤을 보낸다는 게... 좀 불편했지, 찜찜하더라고.
     
친구로 자는 게 아니라 연인으로 자는 건데 좀 두려웠지.

럽 : 자신이 없었던거지 자기가.

신 : 둘이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 섹스가. 섹스를 어떻게 한단 건가.
     
전혀 불가능한데. 내가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까.
      불안해서 두려워서
안자겠다고 막 했죠. 그러니까 여러 명이 같이 놀러가는 걸로 한 거죠.
     
그러다가 갑자기 이 사람이 안 된다 저 사람이 안 된다 하다가 세 명이 가게 됐어요.
     
세 명이 1박을 하게 된 거야. 그러다 그 친구, 나, 이 사람(러브신 님) 이렇게 자는데
      그 친구가 덥다면서 저 멀리 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나랑 이 사람이랑 둘이 있는데 이 사람이 나를 만지는 거예요. 
      만지는데 근데 그게 막 좋더라고요.

럽 : 그 전에 키스 해달라고 했잖아.

신 : (웃음/당황) 아.. 아.. 그 때 내가 그 전에 안아달라고 키스해달라고 그랬지.   
       그러니까 내가 이미 그런 걸 약간 느꼈던 거지. 이성으로서의 대상으로.
      
사실은 여잔데 나도 모르게 이성으로 느껴진 거지. 그러니까 좀 이상한거지.
      
근데 그 전에 나는 애무를 하듯 섹스를 하면 좋은 감정을 거의 못 느꼈어요.
       근데 이
사람이 막 만지는데 전기가 오는 그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자고 있는 친구가 계속 신경 쓰이는 거예요.
       그래서 이상한 느낌이 오는데 밖 으로 내뱉지도 못하고... 저항도 못하고 호응도 못하고...
       그러면서 그 밤을 꼴딱 샜죠.
      
이 사람이 만지고 그렇게 한 게 되게 느낌이 좋았고.
       내가 그 전에는 젖지를 않았었어요. 그래서 아팠었는데... 근데 막 흐르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 날 이 사람이 뭘 한 게 아니고 그냥 만지기만 했어요.
       만지는 걸로 하룻밤을 보냈는 데, 난 그게 되게 느낌이 좋았거든요.
       그리고 나서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웃음)

우 : 아... 장난 아니신가본데요 스킬이?

모두 : (대폭소)

럽 : 그러고 그 다음에 둘이 잤죠.

신 : 그리고 그 뒤에 4박 5일 일본연수를 갔다 오고 나서 온 날 1박을.

럽 : 아니다. 1박 아니었다. 아침에 만나서 <번지점프를 하다> 영화를 보고,
      5시쯤 호텔에 들어 가가지고. 집에는 12시쯤 갔지.

신 : 집에 가야되니까. 외박은 안되니까.

럽 : 그 때부터 집에서 좀 의심을 하기 시작했지.

신 : 둘 다 그랬잖아. 늦어도 밤 10시에는 들어오던 사람이 12시 1시 이렇게 들어오니까.

럽 : 그 날도 10시에 나간 거 아는데, 둘이서만 만나는 거 아는데,
      새벽 2시쯤 들어가니까 이상하게 보더라고. 하루 종일 둘이만 있었냐고 물어보는데 좀 이상하더라고.
     
그래가지고 눈치를 채기 시작했지. 약간.

우 : (조심스럽게)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그럼 지금 남편 분들은 아시는건가요?

신 : 그러니까 우리 집은 눈치를 못 챘다고 생각하고. 그냥 친구다. 그런?
     
나는 집에서부터도 되게 개방적이에요.
      
시어머니랑 같이 사는데, 시어머니한테 잘해요. 집에서는 최선을 다해요.
      새벽에 일어 나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애 키우고 일은 내가 다 하는데,
      내가 의식이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에 속에서 울화가 치밀고 있다는 건 남편이 알고 있죠.
     
그래서 남편이 내가 할 건 다하지만 심리적, 정신적, 정서적으로는 이걸 되게 괴로워 한다는 걸 아니까
      나머지 내가 가끔씩 놀고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터치를 안 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가정에서 주부로써의 삶에 스트레스가 많다고 생 각 하는 거죠.
      시어머니도 모시고 사니까. 그 전에는 시아버지, 시동생까지 모두 다 모 시고 살았었거든요.
      그러니까 남편이 나에 대해서는 터치를 안 해요. 
      
그런데 이쪽은 집에서 남편이랑 무난히 사는데,
      이 사람이 갑자기 늦게 오고 놀러 다 니면서 박을 하고 안마시던 술도 마시고 하니까
      이쪽의 남편이 눈치를 챘죠.

럽 : 그러고 있지. 그리고 계속 자기(신비님) 이야기를 했죠.
      술을 마시거나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관심이 있으니까 이 사람 이야기를 했지.
      좀 특별히 지나치게 좋아한다 이렇게 느꼈겠지.

신 : 이 사람은 남편하고 대화도 하고 무난히 살아 온 편이고,
      나는 처음부터 집안 살림 때 문에 지쳐있는 걸 남편이 보니까.
      난 집에서 아무 대화를 안 하고 무조건 일을 해. 대 화를 안 하니 더 힘들고.
      이쪽은 남편하고 무난히 지내고 대화도 잘 하고 그랬는데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하고,
      내 이야기를 많이 자주 하고. 그러다보니 남편이 좀 느꼈지.
편지를 받았잖아.

럽 : 3월에, 초창기에. 이 사람(신비 님)한테 전화가 와가지고 밤에 새벽에 튀어 나갔지.
      그러니까 남편이 도대체 너희 둘이 무슨 관계냐, 무슨 일이냐 물어보더라고.

신 : 하루 일을 다 하면 10시쯤. 밤 10시쯤이 돼요.
      밤이 되면 일은 모두 끝냈는데 그 때 까지 차였던 것들이 폭발하려고 하니까 전화를 하고 뛰쳐나가고 그랬죠.

럽 : 그 때 또 초기이니까 좋았겠지.

신 : 그러니까 내가 초니까 처음이니까 보고 싶어서 전화를 하고 뛰쳐나가고 그랬어요. 
      
그니까 이 사람 집에서는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니까, 
      여자가 전화해서 밤늦게 뛰쳐 나가고 그러니까.

럽 : 나갔다고 오고 밤늦게 오고 그러니까.
      집 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서 그 땐 내가 얼버무렸지.
      그 이후로도 남편 없을 때 이 사람이 우리 집에 왔다가 남편 왔을 때 도 망치듯 뛰어나가고
      그러다보니까 나중에 나한테 편지를 써주더라고. 
      
같은 동성 간에 특별한 우정인지 사랑인지를 모르겠지만 그럴 수 있고, 
      육체적으로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알겠다면서 나를 말리는 쪽으로 써줬더라고.

신 : 우리 가족에게 피해가 안 갔으면 좋겠다. 가정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지.

럽 :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지.

신 : 그래서 나한테 헤어지자고 한 거 있죠!?

우 : ... 음... 그러면서 아까 10년 열애... 그러신 거예요!? (급 불신)

신 : 남편이 그렇게 했을 때, 자기가 위기의식 느끼면서 
      그렇다고 남편과의 문제는 없는데 본인이 그런 것뿐이니까. 나한테 헤어지자고 한 거예요. 
      그래서 나도 그러면 받아들 여야 하면서 할 수 없이 울면서 받아들였지. 
      한 사흘 됐는데 자기가 헤어지자고 해 놓 고 자기가 못견뎌가지고 안되겠다고 다시 오더라고. (웃음)

럽 : 하여튼 그렇게 해서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우 : 그러면 남편 분은 아시는데 그냥...?

럽 : 그래서 보니까 남편도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한 동안은 애들한테 성질을 내고 그러 더라고요.
      진짜 다정다감했는데. 그러다가 슬슬 산에도 가고 절에도 가고 마음수련을 하더라고요.

신 : 훌륭한 남편이죠.

럽 : 그러다 보니 저한테서 좀 떠나더라고요. 마음을 접더라고요. 
      
지금도 나한테는 묻지를 않죠. 이 사람에 대해서 묻지도 않고 나도 말하지 않고.
     
어쩌다가 애들이 말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둘이서 계속 만난 다는 건 알겠죠.

신 : 근데 우리 집에 남편은 그런 걸 모르니까 어디 여행간다 하면, 둘이서? 하고 물어봐요.
     
그럼 우리 둘이 여행 간다는 걸 알아. 그런데도 별로 신경을 안 써. (웃음)
     
그런데 우리 집 남편은 자기랑 가족이랑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겠지 
      하지만 내가 집에서 온통 가족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아니까 다른 것 까지 터치하지 않지.
     
그 중간에 남편하고는 괜찮은데 시어머니랑 많이 싸웠어요. 내가 늦게 들어가니까.
     
며느리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여행을 빙자한 출장을 가고,
      계속 나가고 그러니 까 시어머니가 나한테 섭섭해서 많이 싸웠지. 그러면서 10년 끌었지.

우 : 그럼 그 전에, 두 분이 만나시기 전에 남편을 만나신거잖아요?
      남편을 만나신 건 맞선 이렇게 해서 만나신건가요?

럽 : 선을 봤죠.

우 : 아 그래서 별로...

럽 : 소개를 받았지.

릭 : 결혼을 해야 하니까.

신 : 남들이 다 하니까.

럽 :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 때 친하게 지냈던 여자친구가, 
      내가 좀 좋아하 던 친구가 결혼을 했어요. 무슨 관계는 아니고 내가 그냥 마음속으로만 좋아했었던. 
      
그 친구가 결혼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혼자가 된 느낌이라
      사람이라도 만나봐야지 하고 소개를 받고 결혼을 하게 됐지.
      그 친구가 결혼을 했던 게 제일 큰 충격이었지.
     
항상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보면, 여중-여고에서 좋아하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외로움을 좀 많이 느꼈던 것 같아.
      굉장히 활달하고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는데 왠지 모를 그런 고독이 있었던 것 같아.
      이제 생각해보니까.

신 : 왜 고독하냐면 여자랑 진정한 연애를 못하니까.

럽 : 중학교 때는 잘 몰랐는데, 고등학교 때 보니까.
      집에 여자애가 없고 밑에 남동생만 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여자 친구한테 집착을 집착까진 아니고 여자친구 를 좋아하고 하는데
      특별하게 친하게 지내고 그랬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원 하는 만큼의 어떤 그게 안 된 것 같아.
      그런 에너지를 쏟을 수가 없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대학교 때 한 번 그 친구랑 연애경험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친구도 일반 이었어요.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었고. 그 이후로 이 사람(신비님)을 만났지.
     
그 전에 여자들을 계속 만나니까 친구로 지내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는 살았지. 
      특별 하게 좋아하고. 내가 잘해주고 그러니까 그 친구들도 나를 좋아하고.

신 : 그냥 우정이지.

럽 : 그렇지. 다 결혼하고 떠나 가자나 결국. 참 고독했지.
      
그러니까 나는 생각해보니까 결국은... 누가 옆에서 (동성애, 레즈비언에 대해) 말해주 는 사람도 없었고.

신 : 말해주는 사람이 있던가 사이트가 있었더라도. (웃음)

럽 : 그러니까 뭐 하면 안 되는 건가 싶고 결혼은 꼭 남자랑 해야 하는 건가 싶고.
     
좋아해도 무슨 감정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됐지.
      90년대에 결혼을 했는데 94년에 TV에 친구사이 나오고 나는 그런 거에 관심이 있으니까 자세히 봤지.
      대학교에 그런 서클도 생기고... 참 안타까웠지.

신 :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어도. (웃음)

럽 : 안타깝기도 하고 내 자신 스스로 보수성도 있었을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도 우리 또래에 여운회 이런 것도 있었다고 하니까.

릭 : 여자택시운전사회요. 최초의 공동체적인 여성 이반의 커뮤니티라고 불리는.

럽 : 응. 근데 나는 그걸 몰랐으니까. 알았으면 결혼을 안 했을 건데. 휴.

신 : 나도 조금 버텼으면... 결혼 안 했을 건데. (웃음) 
     
나는 늦게 결혼했거든요. 서른 세 살에 결혼했으니까.

릭 : 운명적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

신 : 그래, 그랬다고 하자.

릭 : 혹시 기혼이반 커뮤니티나 커뮤니티 활동 하신 적 없어요?

럽 : 최근에 했지. 버디에서 좀 하다가... 이젠 안하고.
     
티지넷에 들어갔더니 기혼카페가 있더라고. 그래서 알자마자 당장 가입을 했어요.

신 : 오프라인 정모, 벙개도 가고. 그래서 기혼자들 중에도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됐지.
     
거기 안에 회원은 전체 140명이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로 만나는 건 40명 정도...

럽 : 근데 여기가 서울을 제외한 충청, 전라, 경상 이렇지.

릭 : 가입하신 분들의 나이대는 어떤가요?

럽 : 나이 때 우리 또래도 많고, 보통 30대 후반이지. 기혼 카페니까. 30대 후반부터 40대.

릭 : 그럼 보통의 기혼, 기혼 이신 분들의 만남은... 문제가 없는데? 한 쪽은 기혼이 아닌 경 우도 있잖아요?

신 : 응, 있더라고요. 기혼인데 만나서 이혼했지. 팸이.
      부치가 독신이었어. 원래 부부관계가 안 좋았대. 
      이혼 직전이었는데 이 사람을 만나서 완전히 헤어 진거지. 그게 부러웠지.

럽 : 근데 이번에 카페를 통해서 알게 됐는데. 결혼 하고 나서 뒤 늦게 성정체성을 깨달은 사람이 엄청 많은 거야.

신 : 남자랑은 아닌 것이었는데 모르고 결혼을 했구나 하는.

럽 : 보통 두 부류더라고. 중고등학교 때 우정인지 아닌지 사춘기적 감정인가 했다가 모르고 지나갔다가
      결혼하고 알게 된 것, 그렇지 않으면 정말 일반으로 지내다가 결혼하고 나서 느끼게 된 것 이렇게.

신 : 나도 그렇지만, 지인 중에 한 명도 그냥 일반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사람을 봤는데 그냥 반한거지.
      갑자기 이상한 감정이 생겼대요. 근데 상대방도 일반이었던거지.
     
그래서 내가 만났을 때, 그냥 말을 하지 그랬는데 어떻게 말해요! 이러더라고.
      그 사람도 일반이고 자기도 일반이니까 당신한테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라고 말을 할 수 있냐고 하더라고.

럽 : 내가 보기에는 그 친구는 원래 그런 성향이 있었던 거야. 자기도 몰랐을 뿐이지.

신 : 그래서 정체성을 알게 되고 그 사람도 기혼이반 카페에 들어가기 시작했대요.
      그래서 카페에서 만나서 커플이 되어서 이혼했지. 그러니까 뒤 늦게 알게 되는 거야.

릭 : 음. 자신의 정체성은 시기별로 다르고 언제 깨달을지 사람마다 다른 게 맞는데.
     
어쨌든 기혼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신 : 많죠. 그래서 기혼이반 카페가 있어야 겠다 해서 기혼이반 카페를 찾았지.
     
주로 다 기혼이니까 우리들은 편하지.
     
근데 다른 카페에서는 기혼 이야기 나오면 ‘어떻게 결혼했는데 그러냐’ 들의 댓글이 달리고,
      우리는 그걸 보기 좀 마음이 그렇잖아. 왠지 죄지는 것 같고 불륜이니까.
     
그래서 동화되지 않지 그러다 보니까 기혼자 카페에 들어가게 되고 그렇지.
      
결혼하지 않은 레즈비언들도, 그러니까 결혼을 했던 하지 않았던
       동성애자라는 자체로 받아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레즈비언 커뮤니티 내에서도 이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이건 되는 동성애 이건 안 되는 동성애 이렇게 나누다 보니까 섞이지 못하는 게 있죠.
       그러다 보니 기혼자들은 기혼자들끼리 또. 이렇게 되는거지. 그런 면이 좀 안 타깝지.

럽 : 이걸 좀 정확하게 말하면. 버디에서 내가 한 1년 정도 활동 했는데.
     
그걸 내가 못 견디는 거지. 어디서 비난 받는 거에 익숙하지가 않으니까.
      우리 둘이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댓글이 막 달리니까. 비난을 받으니까 나왔지. 안 썼지.

신 : 그렇게 해서 섞이지 못하게 만드는 거지.
      어쩔 수 없는 건 아는데... 그렇다고 우리도 그렇게 나오면 안됐던거고.

럽 : 그래도 커뮤니티 활동을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 나왔고.
      지금은 퀴어 문화나 이런 정보가 많잖아요? 관심이 있으니까 그래서 언제든지 알 수 있으니까. 
      
근데 전 그래요. 동성애자라고 해서 모두 인권운동을 하고 소수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안 그런 사람들도 많고. 그게 좀 안타깝더라고. 지금도 기혼 카페에 들어가는데...

신 : 기혼카페는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 보다 의식이 좀 떨어져요.
      대부분의 기혼이반들은 기혼이라는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단지 동성애자라는 것만 갖고 있는 거예요.

럽 : 처음에는 내가 와 하고 환호하고 들어갔지만,
      지금 보니까 사람 따라 다르지만은 우리 끼리의 친목단체로만 보더라고.

신 : 저들과 다른 우리들만의 끈끈한. 우리는 특별한 우리끼리. 이거에만 갇혀있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고, 바꿔야 하고 그런 의식은 없는 거죠. 대부분이.
     
또 다른 카페에서는 다를 수도 있어.

우 :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기혼이반을 이야기 할 때,
      그리고 기혼이반과 결혼하지 않은
이반들이 잘 섞이지 않은 이유는....
      솔직히 남편을 많이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자녀들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이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자녀분들에게 언젠가는 커밍아웃을, 음 안하실 수도 있지만 그런 고민들은 하셨을 것 같아요.
      가정을 지키는 게 얼마나 지속이 될까 이런 고민들도 하고 계실 것 같은데 어 떠신가요?

신 : 저는 가장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하는 관계로 들어갔을 때부터 고민을 했어요.
      나는 사랑을 할 때 한명만 보는 사람이라, 이사람 저사람 두루두루를 못해요.
      이 사람을 사 랑하니까 모든 걸 끊어야 하는 거예요. 근데 그때 아이가 3살~4살 어렸어요. 
      그러니까 안 되지. 그래서 그 때 괴로워하고 그러다가.
      내가 혼자 정한 게 아이가 20살이 될 때 까지 참는다. 무조건 난 아이의 엄마로서 산다.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엄마가 없어도 되는 성인이라고 생각하니까 이혼을 안 하더라도 집에서 나간다.
      그 때가 아이들 3 살~4살 이니까 17년을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17년은 너무 끔찍한 세월인거예요. 어떻 게 버티나.
      근데 벌써 10년이 지났으니까 이제 5년만 지나면 되거든요. 이제 애들이 스무살이 되니까.

럽 : 근데, 집에서는 나가는데 아이들한테 커밍아웃은 할거냐, 그게 질문이잖아.

신 : 그래서 집에서 나가면 우리 애들이 생각하겠죠. 엄마가 왜 집을 나가서 혼자 따로 있냐고. 
     스무살이고 대학생이 되면 그런 문화를 알게 될 거고 
     그러니까 엄마가 왜 집을 나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럽 : 저는... (침묵) 하여튼... 하긴 해야지. 알게 되겠지. 우리 애들은 딸 둘인데,
       지금도 애 들이 아빠를 좀 더 불쌍하게 여긴다고. 항상 내가 싸돌아다니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런데...

신 : 헌신적인 엄마가 아닌 거지. 나는 헌신적인 엄마고.

럽 : 그렇지만 어느 정도 이해할 수준이 되면. 지금도 여자애들이고 좀 크니까
      자기들끼리 레즈고 게이고 이런 단어를 쓰더라고. 그걸 아니까.
      좀 더 있다가 크고 나서 이 사람 (신비님) 하고 완전히 합치든 왔다가다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신 : 나는 내가 나가서 따로 살 궁리를 하고, 그런 기반을 점점 만들어가요. 직장생활을 쭉 하니까.
      어떻게 저축을 해서 어디다가 기반을 두고 어떻게 살 것인가 계획을 다 세워놨거든요.
      그러면 이 사람(러브신님)은... 가장 좋은 건 같이 살아줬으면 좋겠고, 
      그게 하기 어려우면 왔다갔다 하는데, 나랑 시간을 자주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는거죠.  
      이 사람 아이도 모두 다 독립을 하니까. 근데 이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남편이 문제 인거지.
      남편이 문제가 없고, 가족들과 가정생활을 멀쩡히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나이가 들어서 남편을 버린다면 남편이 불쌍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남편을 버 리고 오라고 말을 못 하는거지. 말 할 수가 없지.
      나는 내가 할 만큼 다 했으니 당당 하게 버리는거지.
      난 당당하게 버리고 나가고 이 사람은 자주 나에게 와주면 되니까.

럽 : 언젠가는 아이들한테, 남편에게 말을... 안 해도 되지만 알게 될 거야.
      왜냐면 애들이 엄마 친구 한 사람 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신 : 그리고 이 쪽 남편은 이 사람 성향이 그렇다는 걸 느끼고 있죠.
      늘 여자하고만 어울리고, 여자만 좋아하고 남자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고,
      남녀문제만 나오면 불같 이 화를 내면서 토론을 하고 그러니까.

럽 : 음. 뭐랄까 결혼 초부터... 그 때는 레즈비언 뭐 그런 거 없었지만.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서 여성남성의 문제만 나오면 굉장히 싸우고 그랬지.
      남편이 머리를 아파하고 그러더라고.

신 : 그러니까 나중에 여자하고 산다고 하면 올 것이 왔다고 하겠지. (웃음)
     
나는 만약에 내가 나가서 이 사람이랑 산다면
     가족들이 ‘그래 여태까지 우리집에서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켰으니까
     이제는 마음 맞는 친구랑 편하게 사는구나.’ 이렇게 생각 할 것 같아.
      내가 동성애니 이런 거 말 안한다면.

재 : 지금은 두 분이 자식들에게 커밍아웃 하는 질문을 드렸잖아요?
      반대로 자녀분들이 커밍아웃을 하면 어떠실 것 같아요?

신 : 그건 당해봐야 아는 거지만...

럽 : 좋지!

신 : 나도 좋지. 근데 우리 애들이 그런 질문 한 적 있어요.
      우리 애들이 중학생인데 작은 애가 “꼭 여자랑 결혼해야 돼?” 라고 물어봐서
      “아니, 결혼 안 해도 되고, 남자랑 해 도돼.” 라고 말했어요. 
      그 때 식구들이 다 있었는데 아무도 아무말을 안하더라고.

모두 : 으하하하하하

릭, 우 : 우리 엄마 였으면 좋겠다... 크크크 하하하

신 : 그리고 나는 애들하고 말 할 때도 “엄마는 너희가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할거야.
      스무 살이 되면 너희 스스로 힘으로 살아야해. 그리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결혼하면 안돼.
      자기 인생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데 자기 인생도 책임 못 지면서 남 데려다가 고생시키 면 안 돼.”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다 아들이니까.

우 : 아들들은 열아홉 살 11개월이 되었을 때... 얼마나 불안할까요? (웃음)

신 : 그래서 우리 아들은 결혼 하고 안하고의 아무생각이 없고, 좀 느려요. 철이 없어.
     
자기 인생을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고민들만 하고있지 지금은.

럽 : 우리 애들은 나중에 그렇게 되더라도 많이 놀라진 않을거야. 내가 여자를 사랑한다는 거에 대해서.
      애들이 우리 집에는 아빠가 둘이다 그러거든? 내가 스타일이.

신 : 그치만 엄마가 아빠를 버리고 나간다면 아이들이 정말 싫어하겠지. 괴로워 할 거야.

럽 : 그렇지. 내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 까진 인정하는데 아빠를 버리고 나간다는거에...

신 : 애들이 아빠를 되게 좋아하잖아. 아빠를 챙기고. 그러니까 애들이 아빠랑 좋게 잘 지내 주기 를 바라는데...

럽 : 그치 특히 큰 애가.

신 : 근데 우리 집 애들은 각자 자기 인생 자기가 살기기 때문에.

럽 : 그래서 나는 그 것이 좀 걱정되지... 애들이.

신 : 나는 우리 집 남편에게도. 애들 스무 살 되면 나를 찾지 마라.
     
아이들 스무 살 되면 내 갈길 간다 이러니까. 자기는 아무 것도 나를 말릴 수가 없지.
     
어쨌든 나는 쭈욱 지금 참으면서 사니까.

우 : 음.. 가장 좋은 방법은.. 남편 분에게 새로운 분을 만나게 해드리는 게.. 좋지않을까...?

모두 : 크크크크크 (웃음)

신 : 그런 이야기도 했었어요. 여자를 소개시켜 줄 수는 없지만 만날 기회를 주자.

우 :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으셨나요? 되게 가정적이신 분인가봐요. 다정다감하고.

릭 : 흔하지 않은데...

신 : 그건 모르지. 비밀리에 하는지.

럽 : 산에 다니다 보면 아가씨들도 오고.

우 : 오두막에도 들어가지고?

신 : 아니 사실 그렇긴 한데. 아닌 것 같아. 안 할 것 같아.

럽 : (시무룩) 그러면 참 좋겠는데...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데...

신 : 우리 그래서 이야기 하다가 그 쪽 남자(러브신님 남편)도
      이 쪽 남자(신비님 남편)도 능력이 안 되서 여자를.. 못 만난다고... (웃음)

릭 : 지금 레즈비언인데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레즈비언들에게 조언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 나요?

신 : 결혼을 해야 한다는 고민의 이유가 있을 거잖아. 레즈비언이라면 결혼을 하면 안 되잖아.
      근데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이유들이 부모님의 압력, 주위시선, 경제적인 능력 이 안 될 때 이런 경우인데,
      나는 그 어떠한 이유보다도 일단 결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면 그 어떤 식으로라도
      결혼이 아닌 자기 스스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잘 먹고 잘 살지 못해도 되잖아. 
      굳이 남들처럼 집을 가지고 뭘 가질려는 생각을 한다면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고 느껴지니까...
      그러다보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되니까.
      그러지 말고 그냥 먹고 살고 되니까 자신의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자기의 기준을 낮 추면 된다고 봐요.
      결혼은 절대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면 안돼요.
     
사실 나는 부모님의 압력 때문에 결혼했어요. 레즈라는 건 몰랐지만 나는 독신주의자 였거든요.
      그래서 혼자 살 생각을 했는데, 우리 부모님은 너무 보수적이라 여자는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해서
      나중에는 호적을 파라는 둥, 딸도 아니다 동네 창피해서 못 나가겠다는 말들을 했죠. 
      서른세 살까지 버티다가 정말 마지막에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몰린 상황에서 
      그나마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거거든.

우 : 괜찮은 남잔데... 시동생에 시어머니에...

신 : 그러니까 나는 그런 상황은 하나도 문제가 안됐어요. 그 때는.
      나는 일하는 거에 대해 서는 자신이 있었거든.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 때 시아버지가 중풍이었고, 그 집이 지질이 가난하면서 시동생, 시누이 막 있었지만. 
      그런 건 난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는 부모님의 압력이 제일 힘 들었어요.
      “너 때문에 동네 창피해서 못 다니겠다. 동네 사람들이 수근댄다.” 이런 말 들을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까지 하는 부모님 없잖아요.

럽 : 그리고, 그건 레즈비언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지.
      하나의 인간으로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 라도 꼭 결혼해야 되는 게 아니잖아요.

신 : 그건 우리 생각인데. 부모님이 막 그렇게 나오면 무시하기 정말 힘들거든요.
      근데 요즘 부모님들이 그렇게는 안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간혹 또 있어.
      그러면 집을 나가 는 거야. 가출가출.

럽 : 거기에다가 자기가 레즈비언이라는 성정체성을 알고 있다면... 아니다 그건 본인의 선 택의 문제다.

신 : 그래 그건 본인의 선택인데. 내가 결혼생활을 해보니까. 진짜 결혼생활이 레즈비언이 아니라도 힘든데
      레즈비언이면서 남자하고 결혼해서 사는 거는 정말 진짜 죽음으로 들 어가는 거야.

럽 : 그리고 다른 사람을 정말 아프게 하는 거야.

신 : 그렇지. 결혼 한 그 사람한테도 못 할 짓 하는 거고. 사실은.

럽 : (조용히) 모르지. 또 레즈비언에서 일반이 될지.

신 : 그럴 수도 있겠다. 전에는 내가 레즈비언인 줄 알았는데 일반이었나봐.

럽 : 너무 잘 맞아. 결혼 체질이야~ (웃음)

릭 : 크흐흐흐, 그건 너무 힘들지 않아요?

럽 : 그렇지 힘들지. (웃음)

우 : 음, 그러면 마지막으로 기혼이반인데 지금 밖으로 못 나오겠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 르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그런 분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신 : 나를 드러내는 거에 대해서? 기혼이기 때문에 못나오는? 음... 그 또한 자기 고정관념이지.

럽 : 근데 이건 또 결혼에 대한 문제인데. 결혼을 했고 안했고.

신 : 이반이면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반세계에도 못나오지.  이반세계 안에서 나쁜 놈이잖아.

럽 : 근데 그걸 꼭 나쁜 놈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신 : 아니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되니까. 
      남들도 그렇게 보고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 까 떳떳하지 못하니까 못나오게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보들이...

럽 : 자유연애라고 생각해보세요.
     사실은. 불륜이니 뭐니 하지만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합의한 적도 없고...
     결국은 사회적인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거죠.
    
물론 들어갔지만.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하지 않겠지만은.
    
이왕 그렇게 했다고 해서 내가 여성을 사랑하는 걸 안할 필요는 없지.
     여자를 사랑하 라고 해서 가정을 파괴하라 나오라는 것도 아니고.
    
사랑의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신 : 그걸 몰라서 결혼했을 수도 있고, 어떤 이유 때문에 결혼했을 수도 있고.
      또 결혼을 한 다음에라도 사랑할 수 있지.

럽 : 내가 결혼 했는데 가정을 파괴하고 다 나와서
      이혼을 하고 새로 나와서 이렇게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건 개인의 선택이지.

신 : 그러니까 버디에서도. 우리 둘이 그렇게 사랑한다면 이혼하세요.
     
그렇게 사랑한다면 왜 이혼하지 않고...? 이렇게 했잖아? 
      
그건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결혼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사랑으로만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

럽 : 그렇지. 사랑한다고 해서 다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다고 해서 다 사랑하는 것도 아니지.

신 : 다 연결되어있지. 그 중에 가장 큰 게 아이이고, 그 다음에는 부모님이 있으니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면 결혼 안해야 하고. 그 때는 몰랐거나 어쩔 수 없이 했다면 어쩔 수 없으니까
      한 거 다 깨고 나와라 이게 아니고 이왕 한 거는 지켜야 할 것은 꼭 지키고.
      사랑하지는 마 이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 사랑을 하더라도 알아서 책임질 만큼 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이것도 저 것도 잘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세워야지.

럽 : 어쨌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들의 커밍아웃도 중요하지만.
      이런 동성애자들을 위한 인권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지.

신 : 이제는 좀 더 개방이 됐으니까. 내가 동성애자면 이성이랑 결혼하는 것은 안된다라는 의식을 갖잖아? 
     우리 때는 꼭 결혼해야 돼 그랬지만. 
     
이성과의 결혼보다 동성애자로의 삶을 살 수 있지. 점점 그런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굳어져 가야지.

럽 : 아직도 멀고 먼 길이지만은 퀴어의 권리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게 되면 좋겠죠.

신 : 동성애도 이성애랑 똑같은 사랑으로 정착 되야죠.

럽 :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안 해도 되지. 
     
사실 너무 힘드니까 결혼하려고 하는 것도 있으니까.

신 : 힘들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지.

럽 : 그러니까 결혼을 한다고 해서 내가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건 아니니까.

신 : 그렇지. 결혼을 함으로 그걸 피하려고 하면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들어가는 거지.

럽 : 내 정체성을 무시한다고 해서 아닌게 아니잖아. 눈을 감는다고 해서 아닌 게 아니니까. 결혼 한다고 해서.

우 : 오늘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니 뭔가 불륜하고는 다른 느낌이에요.
      오늘의 인터뷰가 레 즈비언 커뮤니티에 논란이 되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허락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신/럽 : 그래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말에 들어있는 감정들을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지만, 이 글을 통해서 다양한 생각들을 해봤으면 한다. 어느 누가 자신의 삶 외에 타인의 삶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의 삶을 옳고 그르다 할 수 있을까? 이 인터뷰를 통해, 이 글을 통해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기혼이반’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단순히 찬성, 반대, 옳고, 그름이 아닌 이야기들이 오고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무혼이반 : 아직 결혼하지 않은 것(미혼)도 아니고, 결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비혼)도 아닌 결혼 경험이 없는 이반.



정리/ 우야인터뷰어/ 겸재, 우야, 홀릭인터뷰이/ 신비,러브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