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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L-NOLLAN?!/#4 바이

[이바닥소식] 책 소개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사심 충만한 선물 


  
난 그것만 생각해
   


글. 위정은



 대한민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보내고 있는) 우리들은 다음 셋 중 하나를 경험했다. ‘너 게이(레즈비언)이냐?’라고 누군가를 놀려 봤거나, 이런 놀림을 당했거나, 이런 장면을 목격했거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포커스를 맞춰 봐도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절실한) 내 문제이거나, (절대) 내 문제가 아니거나, (아예) 무관심하거나. 
 물론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다. 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특정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이 당연한 사실을 내 조카나 동생, 혹은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과 이야기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하고 난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난 그것만 생각해》.
 《난 그것만 생각해》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열다섯 살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문학서다. 지금껏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문학서들이 있어 왔지만, 이 책은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작품의 주인공인 이스마엘은 친구들에게 으스대기 위해 자신의 이웃이자 엄마의 절친인 앙글레 선생님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함부로 아웃팅해 버리는데, 그 후 자신이 ‘호모’라는 놀림을 받게 된다. 소년은 자신이 절대 호모일리 없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울음을 삼키고 도망친다. 동시에 혹시 자신이 ‘호모’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인터넷에 관련 용어를 검색해 보고, 아빠, 엄마 옷을 번갈아가며 입어 보지만 답이 나오기는커녕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소설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걱정마시라! 청소년들과 함께 성 정체성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기획된 이 책에는 ‘공저’에 가까운 공력이 들어간 해제가 수록돼 있다. 해제 ‘동성애만 생각해도 괜찮아’에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용어 설명에서부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호모 포비아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으며, ‘사랑하는 친구야, 사실 나는 동성애자야’에는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필자가 두려움과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애정 어린 격려를 보내고 있다. 
 주변 청소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거나,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기회가 왔다. 짧은 분량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와, 교육적인 해제와, 얼핏 ‘대중적’으로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퀴어스러운’ 그림까지. 은근슬쩍 이 ‘사심 충만한’ 선물을 드밀어보는 건 어떨까. 청소년뿐 아니라, 성장기 아이를 둔 언니나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들, 청소년과 별다르지 않은 정신 연령을 가지고 있는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카림 르수니 드미뉴 지음, 김혜영 옮김, 
조승연 그림, 곽이경 해제, 128쪽, 검둥소 
2011년 9월 15일 발행,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