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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L-NOLLAN?!/#5 Q

[Q] L 커뮤니티 내 트랜스젠더 논란

서로 다른 이야기
레즈비언 커뮤니티 안의 트렌스젠더 논란


글. 진기

상황1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알게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된 레즈비언 S .

맞은편에 앉은 B씨를 보고 처음에는 스포츠머리에 양복을 입고 온 것에 혹시나 마초적인 강부치는 아닐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재미있고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즐거운 술자리를 가지고 다들 헤어지며 하나 둘 화장실을 가기에  S 씨도 화장실에서 기다렸는데 B씨가 방금 들어간 화장실 칸 앞에서 양말 뭉치가 툭, 굴러떨어지는 것이 아닌가그 순간 -허술하게 잠긴 화장실 문이 열리며 선 채로 볼일을 보고 있는 B씨를 보고 S씨는 경악하고 말았다. 이후  S씨는  B씨의 전화며 문자를 받는것이 꺼려졌다.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 거기에 양말을 넣고 다니는 사람이 있더라. 강부치인지 자길 남자라고 생각하는건지 정말 충격이었다라고 글을 올렸다.

 

상황2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정체화 한  MTF 트렌스젠더A항상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주민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탓에 가입을 못했다. 몇년전엔 엄마의 주민번호로 가입해서 사진을 올렸었는데 당당하고 보기좋다는 댓글도 많았지만남자를 좋아하고 싶어서 성전환 수술을 한게 아니냐는 어이없는 반응과 병신같다는 욕설이 담긴 쪽지도 받았다. 올해에는 호적정정도 마치고  마침 셀카도 너무 예쁘게 나온것 같아 용기를 내서 내 주민번호로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가입하기로 했다. 한시간전에 사진을 올렸는데 어떤 댓글이 달려 있을지 궁금해서 계속 들어가게 된다.  ‘편견없이 여자로 생각해요 ‘ ‘힘든결정 내리셨네요라는 댓글들은 이제껏 많이 들어왔던 말이지만 눈물이 날정도로 위로가 된다떨리긴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상황3

C씨는  대형레즈비언커뮤니티가 만들어 질 때부터 가입해서 활동한 초창기 멤버다. 그동안 사람도  많이 만났고 여자친구를 구하게 되거나 소리없이 짝사랑하는 사람의 글을 매일같이 찾아 읽기도 했다그동안  C   씨는 자신을 부치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소개해 왔는데, 사실 2년 전 부터 호르몬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트렌스젠더 커뮤니티도 몇번 들어가 봤지만  오랫동안 알고지낸 사람들은 다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사람들이고어쩐지 새로운곳에서 활동하려니 어색하기만 하다. 이제는 자신이 FTM  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은데 고민이 생겼다. 어제 자신을 FTM이라고 밝힌 사람이 친구를 구하는 글을 올렸는데, ‘여기는 레즈비언을 위한 커뮤니티니 남자는 나가라라던가 소수자인건 인정하지만 여자만 가입되는 건 이유가 있는거다심지어는 레즈비언이 쉬워보여서 이용하려고 한다. 성기가 없으면 인정하겠다라는 댓글까지 보았다. C씨는  이 수많은 댓글중에 하나정도는 자신이 알고있는 사람이 적은 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 마음이 아팠다.

 

위의 글들은 온라인상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있는  트랜스젠더에 관한 여러가지 글들을 재구성하여 엮은 것이다.트랜스젠더, 특히 FTM  남성이라는 이유로 커뮤니티 활동이 제한받거나(MTF는 호적정정 전까지는 가입도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자는 나가라라는 적대적인 비아냥이 쏟아진다. 적어도 그들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이곳은 우리만의 커뮤니티라는 안정감과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말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의 정체성을 몇개의 단어만으로 얘기 할 수 없듯,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가입한 트렌스젠더들에게도 각각의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지켜주는 경계가 무너지길 걱정하기전에 잠시, 서로의 이야기 함께 공감하고 들어줄 작은 여유를 가지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