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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3

[아티스트토크] Catherine Opie

8월 21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있었던 Catherine Opie와의 아티스트 토크

‘캐서린 오피’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거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을 본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L word]의 오프닝에 나오는 콧수염을 단 여자들의 사진이 그녀의 작품이다. 올해 초까지 뉴욕의 구겐하임에서 전시했던 작가의 첫 한국행이었기에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2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당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어렸을 때 생일선물로 카메라를 받은 오피는 그때부터 사진에 흥미를 갖고 사진 찍는 것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레즈비언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한 것은 아니고 역사 속에서 시간의 한순간을 포착하고 싶어서 마을, 가족 등을 찍었다고 했다.
 Being and Having 1990 시리즈에서는 에이즈 이후, 성정체성에 대해 정치적으로 발언해야겠다고 느끼고 시작한 작품이라고 했다. 자신이 레즈비언이란 것을 숨기진 않았지만 그 사실 때문에 자신의 작업이 레즈비언 미술품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원치 않아 작업을 하지 않다가, 다시 작품을 시작한 후에도 일이 잘 진행되어 대학 정교수가 되었다고 했다. 오피가 전시를 할 때 재미있었던 것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콧수염을 붙인 작업을 보고 관객 중에는 아는 남자 같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오피의 외모와 관련해서는 체구가 큰 편이라 그런지 머리가 짧았을 때는 물론이고 머리가 긴 지금도 sir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였다. 
 Portraits 1990-1995는 sm공동체의 사진이다. 흔히 sm하면 변태라는 면만 부각 됐었는데 변태라는 말을 들을 바엔 변태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표현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했다.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도 sm커뮤니티가 정상/비정상이라는 이름하에 변두리로 밀려난다고 작가는 조심스레 말했다.
 작가 스스로가 소수자로서, 이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을 담은 작품 감상과 그 밖에 작가의 관심사들을 볼 수 있는 주옥같은 기회였다. 2시간의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고 앞으로는 이런 만남의 장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는다.

글. 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