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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3

[다르게상상하기] “근데 여자와 섹스는 어떻게 하냐?”

“근데 여자와 섹스는 어떻게 하냐?”  - 유쾌하고 즐겁게 커밍아웃하기 -

나는 한 번도 공식화된 제대로 된 커밍아웃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커밍아웃이 결코 어렵거나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부분 나의 정체성을 언제나 인정해왔고, 나는 그런 그들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이야기들은 나의 유쾌하고 즐거운 커밍아웃 이야기이다.


Case 1. 친언니에게 커밍아웃하기

5년 전, 언니가 “요즘 연애는 하냐?”는 질문을 메신저로 쏘~쿨~하게 물어봤다. 설명하기 그래서 “응”이라는 짧은 대답을 했을 뿐! 그런 언니에게 곧바로 나온 말이 있으니, “남자냐, 여자냐”였던 것.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알고 말하는 것인가 모르고 말하는 것인가 고민하다가 “여잔데, 뭐 알고 말했느냐”고 물으니, “식당에 갈 때 채식주의자인지 묻는 것과 같은 이유”라며 대수롭지 않게 “그럴 줄 알았다”하며 패스~ 지금도 언니는 종종 애인의 안부를 물어온다.


Case 2. 직장에서 커밍아웃하기

나는 폐쇄적이지 않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던 차, 회식을 하러간 자리에 근처에 애인이 있어 자연스레 합석을 하게 되었고 다들 재미있게 놀고 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사람들이 “둘이 어떤 사이냐”며 궁금해 하기에, “애인인데요” 한 마디로 제압! 남자선배들이 “어쩐지 손잡고 다정하게 굴더라,좋아보인다”로 패스~ 그 이후로는 만나는 사람 없냐, 결혼은 언제 할 것이냐는 질문은 모두 없어져버렸다. 이제 나의 남다른(?) 연애에는 관심도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Case 3. 선생님에게 커밍아웃하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했던 선생님에게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다. “제가 애인이 생겼는데 ○반의 ○○다”라고 하니 선생님은 “그래? 축하한다”라는 말로 일축! 나는 당시 선생님이 더 이상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잇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그는 상대방의 다양한 생각을 이해해야만 진보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었던 것. 그 선생님과 알고 지낸지 10년 뒤 나에게 물으시길,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여자와 섹스는 어떻게 하냐?” 하하하! 이제 제가 서른이 되니 궁금하셨던 겝니까?


Case 4. 학생에게 커밍아웃하기

과외선생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학생들의 궁금증은 언제나 “쌤, 남자친구있어요?”였다. 나는 대답은 언제나 “아니!”였다. 수업 도중 학생들이 “우리 반에 레즈가 있는데, 징그러워요”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종종 “네가 커피와 콜라 중 어느 것을 마시던 너는 너일 뿐이야. 그러니 그 친구를 인정해”(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웃김!)라고 말해줬을 뿐이었는데 아이들은 점차 변해간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에 “여자 애인이 있을 뿐이지, 너희들이 말하는 남자친구는 없단다.”고 답해줬고, 그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어 이렇게 말한다. “쌤 때매 대학 들어가서도 하나도 충격 받을 게 없어요.” 내가 그렇게 충격적이냐!


물론 커밍아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 나도 말 못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무한신뢰와 무한사랑을 보낸 이들에게 커밍아웃하기란 어렵지 않으니 언제든 도전하시라! 유쾌하고, 즐겁게!

글.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