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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3

[특집 : L에게 돈이란!] 닫는 글

사람 마음, 간사하게 만드는 것이 돈이다. 그런 돈 앞에 우리 레즈비언들 또한 한없이 작아지기만 한다. 어쩌면 나를 비롯하여 주변의 레즈비언들이 더 없이 가난한지 모른다.
우리는 돈에 치여 살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그녀들의 인생을 만날 수 있었다. 캔디 .D가 말한 것처럼 솔로든 커플이든 돈 들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커플은 분명 기념일 때문에 1.5배 돈을 더 쓰리라. 먼 거리에서 연애한다고 돈이 더 드는 것이 아니며 동거를 한다고 해서 절대로 돈이 아껴지는 것도 아니라는 모두의 말도 공감(아끼겠다고 동거하다간 분명 큰 코 다칠 게다)한다. 데이트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20대 커플 K와 A의 체험을 보면 커피가게에서 1시간 30분을 앉아 있으면서 커피 한 잔으로 버텼고, 배고픈 A만 삼각김밥 1개를 사 먹는 행위는 그야말로 처절하다. 우리는 어떻게든 돈을 써야 한다. 아니 쓰고 싶지 않아도 돈을 쓴다. 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살기 위해, 즐거움을 찾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돈을 쓰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레즈비언들의 간판인 ‘여자&비혼’은 세상과 맞서는 무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옥죄는 칼날이 되었다. 점점 그 칼날이 스스로에게는 무뎌질진 몰라도, 여자&비혼으로 인식하는 모든 것들에게는 레즈비언들은 가난하다라는 비공식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분명 노후대책이 어려워 L 할매가 되면 혼자서 끙끙거리며 살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30년 이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현실을 버릴 필요는 없다. 연애도, 섹스도, 사랑도 모두 가격에 맞춰 고르기 쉽게 상품별로 출시되어 그것을 사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한탄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불안감은, 지울 수가 없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절약하는 삶을 위해 자급자족을 해야 할런지, 소비에 빠진 삶을 구제하기 위한 또 다른 삶을 살아야 할런지.
‘돈을 스스로 잘 관리하며 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자.’는 결론보다 색다르면서 구체적인, 실천하기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제안한다.
자신만의 자급자족 방법을 계발하여 우리 레인보우링 커뮤니티에 정보를 공유해 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서 끙끙거리지 말고 10대에서 50대까지, 솔로든 커플이든 돈에 얽매인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고 자율적으로 잘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면 함께 나누어 보자.
덧붙여, 스스로 돈을 관리하는 삶을 위해 『여자경제독립선언서-수지 오먼 지음』이라는 책 한 권을 추천한다. 어려운 경제서적이 아니라 돈을 효율적으로 다스리는 삶을 알려주는 책이다.

글.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