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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3

[특집 : L에게 돈이란!] 40대와 돈

전 세 금

돈! 돈! 돈!
세상을 살기 위한 필요한 것, 안정의 도구, 자유로 가는 지름길, 사람을 잠시 잊게 하는 악마의 도구, 웬수, 미래에 대한 담보, 자존심의 양면, 달콤한 유혹 등 등
돈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느낌으로 표현하면~~~ ‘너무 좋다. 무섭다. 짜증난다. 싫다. 버겁다. 달콤하다. 유혹적이다. 편안하다. 맹랑하다. 복잡하다. 버리고 싶다. 그래도 좋다’이다.

돈에 대한 생각들이나 느낌들은 모두에게 서로 다른 색깔로 향기로 존재 할 것이다.
어려서는 가끔 돈이 많아서 맛있는 것을 실컷 사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술을 배운 20대에는 먹고픈 비싼 술을 맘껏 먹을 수 있는 돈과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는 돈이 있었으면 했다. 어디엔가 정착하고픈 30대에는 마당이 있는 집을 마련 할 수 있는 돈이 있었음 하는 바램을 가진 적이 있다. 제 3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40대 초입인 요즈음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돈과 나이든 레즈비언들의 놀이터가 되어줄 공간 마련 비자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너무 가난하지 않았던 부모 밑에서 자라 먹을 것 걱정은 없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학비를 지원하지 않은 부모덕으로 일찍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한 번도 넉넉하게 살림을 한적은 없는 것 같다. 20대 중반에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시기에 나에게 돈은 무척 절실한 것이었다. 혈연가족과 사회에서 어떠한 지원도 기대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나만의 재테크를 개발하게 된다. 그것은 전세금 마련 재테크였다.

전세금을 어찌 마련했는지가 무지 궁금할 것이다. 물론 빚으로 처음에 시작했다. 무이자 대출을 지인과 혈연가족들에게 받고 1~2년 동안 갚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방법의 재테크는 독한마음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약속한 시간에 돈을 갚아야 제 2,3의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운동가, 거의 무보수인 레즈비언 운동가, 5년의 백수 시절이 있었음에도 3천 오백만원이란 전세금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이 돈은 수억의 돈의 가치 보다 더 소중하고 동지 같은 존재이다.

돈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걱정이 많다.
돈이란 내가 하고픈 일은 하기 위한, 자유롭게 맘을 펼칠 수 있는 만큼만 있으면 된다.
물론 많으면 보다 편리하게 빠르게 맘먹었던 일을 할 수 있겠지만 그 것이 최상의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은 그저 내가 세상을 살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도구 일뿐, 꼭 가져야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을 쫓아가지 말고 돈이 나에게 오게 하자!!!!

글. 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