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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3

[특집 : L에게 돈이란!] 솔로와 돈

나갈 돈은 다 나간다.

나는 지금 솔로이며, 서울 모처의 옥탑방에서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렇게 싼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치나 그런 것이 썩 나쁘지 않고 만족하며 살아간다. 이 집에 산지도 어언 3년차. 살면서 직업을 두 번이나 바꿨고, 지금 현재는 대학원생으로 재학 중이다. 돈도 없는데 무슨 대학원이냐며 핀잔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뭐, 다들 그렇듯이 나도 학자금 대출 받았다. 갚는 건 일단 졸업 후에 생각할 문제니까 일단 넘어가도록 한다.
사실 솔로라서 연애할 때 보다 돈이 덜 나가게 될 줄 알았었다. 하지만 웬걸! 내가 연애 안한다고 집 안에 처박혀 있는 사람도 아니고, 친구도 있고, 회의도 있고, 세미나도 있고, 여기저기 다니려면 이게 다 돈이다. 그래서 나의 결론 하나! - 애인이 있든 없든 돈 드는데 차이는 없다. 뭐, 그렇게 살아간다. 인문사회계 대학원생은 보통 과외를 하거나, 학원 선생님을 하거나 아니면 나처럼 학교 조교로 돈을 벌면서 살아간다. 그 월급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으나, 학교라는 특수성을 생각하면 썩 나쁜 조건은 아니기도 하며, 나는 지난 한 학기 동안 조교 월급으로 생활을 해 왔다. 월급으로 나는 집세도 내고, 세금도 내고, 카드 값이며, 대출금 이자도 내고, 그리고 남은 돈으로 우리 애들과 먹고 산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지지리도 궁상맞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게 현재 나의 모습인걸.
월급쟁이로 살다가 대학원생으로 전업을 하고 나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계속 나오는 것처럼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돈 없음의 문제는 ‘번개’를 나갈 때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을 한다. 나도 연애를 다시 하고도 싶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번개를 나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고민을 하는 것은, 몇 차까지 갈 것이며, 회비는 얼마나 되는가이다.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번개에서 “전 돈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것만큼 쪽팔린 일이 어디 있느냔 말이지. 그래서 새로 내린 결론 둘 - 솔로에게 돈은 자존심이기도하다!
하지만, 솔로에게 돈이 자존심이라고 해서, 돈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주위 친구들 보면, 돈 없어도 번개 잘 나가고, 연애도 잘 하고, 생활도 잘 꾸려나간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지 내가 500만원을 번다고 해도 한 달에 600만원을 쓰는 사람이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적은 돈을 가지고도 살림을 잘 꾸려 나가는 것,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저축이든 취미 생활이든 학원이든)를 조금씩이라도 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혼자서도 꿋꿋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겠다.
솔로, 특히 혼자 사는 솔로에게 돈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돈’은 나의 삶과, 연애와,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니 만큼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솔로들이여! 돈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리고 솔로라고 해서 미친 듯이 돈 버는데 만 집중하진 말자. 돈만 많아진다고 해서 인생이 풍요로운 것은 아니잖은가. 적당히 벌면서, 혼자 있을 때만 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도전해보고, 즐겨보는 것 또한 솔로가 주는 장점이 아닐까?
난, 최대한 이런 장점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뭐, 돈 쓸 애인도 없는데, 우리 고냥이들한테 좋은 밥 한번 더 주고, 친구들이랑 술도 한잔 하고, 지방에 있는 엄마도 더 자주 보러가고,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니기도 한다. 이렇게보면 솔로로 돈쓰며 살아가기도 꽤 괜찮은 거 아니겠어?
(라고 하지만, 역시 궁상맞고 처절하다. ㅠ_ㅠ 사...사실은 연애하면서도 저렇게 살 수는 있다는 것이 솔로로 사는 것의 최대 난점이다. 하늘이시여. 저한테도 애인님을 내려주세요!)

글. 캔디.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