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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3

[특집 : L에게 돈이란!] 동거커플과 돈

쪼달리는 돈, 그러나 살기는 재미있다.

동거한지 2년째 된 커플 이야기
애초에 인천과 서울 우이동에서 살고 있었던 그녀들은 먼 거리의 연애를 마다하지 않으며 불같이 사랑했다. 먼 거리라고 딱히 돈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면서 각 자의 집에서 연애를 수행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B씨가 느닷없이 방을 빼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A씨 집에 함께 살게 되었다. 갑작스런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10평도 채 안 되는 집 안에는 냉장고와 세탁기가 2대씩 놓여졌다. 서로가 읽어 오던 책들 역시 두 배로 늘었다. 집은 좁아졌으나 독서량이 많아지는 좋은 점도 생겼다. 그래도 함께 살면서 갖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겨우 누울 공간만 있어도 좋았다. 처음부터 모든 공과금과 주식비를 나눠서 부담하지는 않았다. 몇 만원이라도 더 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돈을 지출했다. 돈을 더 쓰는 사람도 돈을 덜 쓰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A씨의 경우 조금 더 번다는 이유로 지출을 서슴치 않았지만 야금야금 저축도 해 나갔고 B씨의 경우 공동생활을 위해 지출하지는 않더라도 현재까지 쌓인 빚과 social position 유지비와 학비로 인해 그 달 월급 쓰기에 빠듯했다.
함께 산지 1년이 훨씬 지난 어느 가을 날. A와 B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2개씩이던 살림살이가 드디어 하나의 존재로 태어났다. 필요한 살림살이도 구입했다. 그러면서 A씨는 따박따박 주는 월급을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88만원세대 축에도 끼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계급으로 전환되면서 A씨와 B씨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렇다고 갑자기 짠순이들이 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외식비는 줄었다. 밖에서 마시던 술을 집에서 마셨고 안주를 반찬으로 해결했다. A씨가 부담하던 공과금을 홀수달은 B씨가 짝수달은 A씨가 지출했다. 전기세를 줄이기 위해 출근 전 혹은 외출 전에 모든 전기 스위치를 꺼 두는 습관도 길렀다.
A씨와 B씨는 안다. 직업을 두 개씩 가지지 않는 한 수중에는 돈이 없다는 것을. 각 자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 책임이 너무 막중하다 못해 어깨를 짓누르기도 하지만 밥을 못 먹을 형편은 아니라는 판단으로 넋 놓고 살기도 한다. 아마도 두 사람이 함께 하기에 조금은 긍정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편 속에서도 아주 적은 돈이지만 서로의 미래를 위해 함께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 이들은 언젠가 전 재산을 모아 구석진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리라 꿈꾸고 있다.

동거 10년지기 커플 이야기
연인이 된지 10년이 되었고 동거한지는 6년쯤 되었나 보다. 각 자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4년을 오고 가며 연애를 하다 결국은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이들 역시 살림살이를 하나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워낙 없는 살림이라 뭔가가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 다 변변치 않은 벌이로 생활의 형편은 여유롭지 못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열심히 살았으니깐. 그러다 두 사람 모두 타인들이 인정하는 전문 경력을 가지게 되면서 경제력 역시 생겼다. 일단 잘 버는 쪽이 못 버는 사람을 지원했다. 공부를 하든 여행을 하든 파트너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잘 할 수 있도록 팍팍 밀어줬다. 그러나 각자의 주머니는 따로 마련했다. 각 자의 이름으로 보험, 적금, 펀드를 들었고 각 자가 관리했다. 솔직히 돈 잘 버는 사람이 생활비를 모두 내고 가끔 덜 버는 사람의 생활 형편을 고려하여 용돈을 주기도 했다. 돈 잘 버는 사람이 자신의 카드를 돈 덜 버는 사람에게 쥐어 주면서 옷 사라, 책 사라, 품의 유지 하라고 청유하기도 한다. 이것은 그녀들만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아마도 10년지기 커플이기에 가능한 한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