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ason 1/vol. 4

[특집: SEX] 퓨빅아트

그곳의 또 다른 발견.

아무것도 없던 그곳에, 언제부터인가 털이 자라나는 것이 처음엔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나는 곧 그 털들에 가려서 더 이상보지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그곳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나는 어느 순간 그곳을 부끄러워하게 되었고, 보려고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매일 쳐다보는 얼굴이나 손가락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세심하게 닦아주고 만져주면서, 정작 소중히 다뤄야 할 나의 그곳은 항상 그늘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정말이지 슬프지 않은가.

그러던 5년 전 어느 날. 난 우연히 어떤 외국소설에 주인공 여자가 네일아트를 받으러 가듯이 그곳의 털(헤어)을 올누드로 왁싱하러 가는 장면을 보고 도대체 뭐 하는 짓일까 하면서도, 지난 몇 년간 무성히 자라버린 나의 헤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땐 구글도 모르던 시절이라 별다른 정보도 없었지만, 찬찬히 바라보기도, 조심스레 만져보기도 하다가, 어느덧 용기를 내어서 책에 나온 것처럼 그곳의 털을 전부 자르고 면도도 해보았다.

어우. 첫경험이란 뭐든 이렇게 어렵고도 순탄치 않은것인가. 방법도 모르고 그냥 쓰윽 면도를 해버려서 상처도 나고, 따끔따끔 아프고, 털이 자랄 때까지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털을 다 자르고 밑으로 슬쩍 내려다보면 자연스레 보이는 나의 그곳들이 왠지 귀여워 보이는 것이다. 아니 사실 생각보다 이뻐서 자꾸 만지고 싶어졌달까.

그 뒤로 나는 가끔씩 머리를 자르듯, 핸드크림을 바르고 매니큐어를 바르듯, 그곳을 유심히 관찰한다. 여긴 어떻게 생기고 어떤 색이고, 털은 어디까지 나고 어느 방향으로 자라는지 어디가 제일 긴지, (큭큭 심지어 그곳에도 점이 있다는 것까지)…. 아주 세심한 손길로 씻어주고, 그곳의 헤어에만 린스도 하고(부드러워지라고!?), 약간 다듬고 손질을 한 뒤에 향기 나는 왁스(사실 향이 별로 좋지는 않지만)와 에센스 오일로 털을 왁싱 하곤 한다. 그곳은 매우 여리고 민감하기에 왁싱을 하고 나서는 혹여 상처가 나면 연고도 발라주고, 보습크림도 듬뿍 발라주고, 각질제거까지 해줘야 한다. 후훗. 뭘 이렇게까지 하냐고 하면 난 그곳을 너무 사랑하고 그곳의 헤어도 다른 헤어만큼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고 나선 애인에겐이번에 이런 모양으로 잘라봤어! 어때?’ 하며 보여주는 것이 섹스를 더 짜릿하게 만들기도 한다.


요즘은 알만한 사람은 안다는 Bikini waxing(비키니 수영복을 입었을 때 밖으로 나가는 털들만 관리하는 것), Brazilian waxing(사진처럼 음부 쪽의 털은 전부 왁싱하고 위쪽의 털을 모양을 내거나 올누드로 왁싱하는 것)이다. 통틀어서 Pubic hair waxing, Pubic care 우리나라에선 Pubic art(퓨빅아트) 라고 불리기도 한다.

요즘 해외에서는 남, 녀 가리지 않고 그곳의 헤어들을 관리하고 케어한단다. 또한 힌두교, 이슬람교(무슬림)에서는 종교적, 문화적인 이유로 왁싱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도 한다.

왁싱을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이쁘게 다듬어 주는 시도만으로 나의 그곳에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섹스를 하는데 있어서도 새로운 즐거움과 편리함(!)을 줄 수도 있고, 혹은 질염이나 냉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과도하게 습기가 차는걸 줄여주기도 한다.

이제껏 내 그곳을 바라볼 생각조차 못하고 울창해지고 무성해진 그곳의 털들을 바라보며 부끄러워졌다면, 그곳의 헤어에게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지며, 색다른 시도로 한번쯤 해보는건 어떨까

글.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