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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vol. 4

[특집: SEX] 섹스Skill

섹스 수능은 출제자와 함께


사람들이 섹스를 대하는 자세는 주로 이런 식이다. “사부님, 한 수 가르침을!” 특히 남자들은 소위 변강쇠 숨은 기법 대공개에 몰리고 오늘도 정력 증강에 열심히 목매달고 있다. 재밌는 건 그럼에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이성애자 여성의 수가 딱히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일까. 바로 성에 대한 정보를 남성은 남성들끼리, 여성은 여성들끼리만 나누기 때문이다. 오홋, 정작 섹스는 남녀끼리 하면서 말이다!

세계적인 성상담가 루스 k. 웨스트하이머 박사의 말에 따르면, 레즈비언들이 오르가슴에 이르는 빈도가 이성애자 여성들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빈도보다 휠씬 더 높다고 한다. 레즈비언들이 서로 상대방을 더 천천히 자극하며, 성행위동안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성적으로 더 쾌락을 느끼는지를 서로에게 더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성의학자들이 찾아낸 비법이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어떠신가? 알던 이야기라고? 뻔하다고? 여튼 레즈비언으로서 당신! 레즈비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계신가? 부치는 부치끼리, 팸은 팸끼리 몰려있진 않으신가?


참고서를 버려라

원리는 이렇다. 여자의 어딜 만져주고, 어딜 핥아주고, 어딜 눌러주면 뽕간다는 식의 섹스가이드는 대입 참고서와 같다. ‘적중률을 높이고 합격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어디 시험 문제가 참고서와 똑같이 나오는가. 출제자가 참고서를 베끼지 않는 한 문제를 내는 사람이 다른데 똑같은 문제가 나올 리 없다. 그러니 섹스는 사실 참고서가 필요없다. 매일 문제 출제자와 함께 하고 있으니 말이다. 모의고사든 중간고사든 기말시험이든 물어만 보면 된다. 그럼 문제뿐만 아니라 답도 같이 알려줄 것이다. 그러니 함께 풀어라!‘이렇게 하면 흥분한다’는 확률이 아니라,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100% 있는 그대로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물론! 물론... 앞서 술술 읊조린 조언대로 고주알미주알 물어본다는 것, 질문에 솔직하게 답한다는 것, 마음속 섹스 환타지에 대해 말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다. “그래, 바로 거기” 라든지 “조금만 더 세게”라고 외친다든지 “이게 좋아?” 라든지 “오늘은 이렇게 해보자” 라고 말하는데 용기가 필요하다. 또 어떤 이는 애인이 묻는 거 싫어한다. 알아서 해라고 한다며 투덜댄다. 또 다른 이는 물어봐도 별로 소용없더라고도 한다. 자, 자... 그러나, 울지말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어차피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는가. 산은 넘어야 하고 관문은 통과해야 하고 강은 건너야만 하거늘.


상식을 깨고 속궁합을 맞춰라

만약 당신이 원나잇을 한다면 묻고 탐구할 틈이 없을 것이다. 현재 가진 재주를 다 부려서 서로 만족하면 된다. 하지만 오래 사귈 것을 약속한 커플이라면 애인을 ‘보편적 여성’ 중의 한 명이 아닌 단 하나뿐인 ‘특별한 여성’으로 함께 속궁합을 맞추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애인이 목덜미 어루만지는 것을 좋아한다면 심혈을 기울여서 목덜미를 정성스럽게 애무하는 것이 최고의 섹스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목덜미 애무는 전희 정도로 치부해버리고 일반적 요령을 따라 질삽입을 시도하고 (어차피 예정된) 실패에 좌절하기만 한다면 어찌 될까. 더 이상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어질 것이다. 애인의 좌절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테니.

그러므로, 섹스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라는 조언은 그냥 말을 내뱉거나 떠들라는 뜻이 아니다. (실제 한참 섹스가 진행될 때 말을 많이 하면 오히려 성감이 사라져버린다.) 핵심은 함께 궁리하라는 것이다. 궁리! 탐구! 나에 대해 설명하고 상대는 그 설명을 듣고 상상하고 또 그 상황과 욕구들을 인정해야 한다. 또 다시 반대로 그에 상응해 자신의 이야기와 환타지를 들려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서로에게 탈락시키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내는 출제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능력을 깨워주는 다정한 과외 선생님이 될 것이다.

하루에 뽀뽀 100번도 섹스다. 혀를 사용하든 손가락을 쓰든 딜도를 차든 다 섹스다. 귓가의 달콤한 속삭임도 섹스다. 상대가 원한다면 내가 원한다면 다 섹스다. 섹스... 행복하자고 하는 거 아닌가. 섹스... 행복을 느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 미루지 말고 하자. 무심히 세월을 그냥 흘러보내지 않길 바래. 


글. 최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