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ason 1/vol. 4

[특집: SEX] 자위

masturbation

이번 호의 주제가 섹스라고 했다. 그리고 자위 파트에 대해 나에게 청탁이 들어왔다. 평소 ‘만져대에서 공부한 자위학 박사 성기용입니다’ 라는 소릴 하고 다녔더니 일이 이리되어 버렸나보다. 별 생각 없이 청탁을 받아들였는데 글을 쓰려고 보니 뭔 소릴 해야 하나 막막해진다. 자위하는 방법? 다 알아서 잘들 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 나의 자위이야기? 내가 주로 야오이물에서 본 ‘앗 토모짱, 거긴 안돼’ 상황을 떠올리며 자위한다는 얘길 여기다 해야 하나? 여성의 자위? 여자들도 자위를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야하나?

섹스가 타인과의 교감이라면 자위는 자신과의 교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어째서 우리는 타인과는 그렇게 교감하려고 애쓰면서 자신과 교감하는 데에는 그리도 박한 것일까. ‘섹스를 어떻게 해야 돼요?’ ‘그녀를 홍콩 보내고 싶어요’ 하는 고민들은 많은데 ‘저는 자위가 안 돼요’ ‘어떻게 하면 자위를 더 잘 할 수 있을까요’ 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고민하지 않을까. 자신의 몸과 욕망에 대해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실천하는 훌륭한 행위인 자위에 대해, 왜 ‘짐승인 것 같고’, ‘하고 나면 비참해지고’, ‘나도 이젠 섹스를 하고 싶다’는 부정적 이미지만 남는 것일까. 자위의 경력과 횟수가 쌓이다보면 이것이 상당한 집중력과 상상력을 요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섹스가 항상 같은 체위와 같은 패턴으로는 진부해지듯, 자위 역시 항상 같은 판타지, 같은 패턴만으로는 손가락만 쪼글쪼글 불어터지고, 보지만 아파올 뿐 오르가즘의 환희와 쾌락은 저 먼 곳에서 다가올 줄을 모른다.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을 연출해 낼 수 있는 상상력과 그 상황에 의식을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자위라고 마냥 언제나 손쉽게 되는 일은 아니라 말이다. ‘노력’과, 심지어 ‘능력’까지도 필요하다.

청탁을 받고서 하나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왜 이번 호의 주제는 섹스이고 그 한 파트가 자위가 되었을까. 애초에 주제가 자위가 될 순 없었던 걸까. 섹스가 중심이고 자위는 부차적인, 섹스의 범주 안에 속하는 것이란 말인가. 자위학 박사로서 기획진의 이러한 섹스중심주의(!) 사고방식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흔히들 자위를 혼자서 하는 섹스라고 한다. 정말 그런가? 우리는 전복적 상상력에 능한 퀴어들 아닌가. 조금만 뒤집어보자.

“섹스가, 둘이서 하는 자위인 것은 아닐까?”

+ 이 덧붙이는 글을 쓸 것인지에 대해 살짝 고민을 했다. 사실 나 역시 현재 파트너와의 섹스가 잘 안되어 고민하고 있음을 고백한다.(ㅠㅠ) 나와 나의 파트너는 각자 자신과 열심히 교감해왔고 그 패턴에 너무나 익숙하다보니 서로와의 교감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편하고 손쉬운, 같이 누워 각자 자위를 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즐거운 성적 유희가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 하다고 이제 나는 자신과의 교감은 좀 작작하고 타인과의 교감을 해야 할 듯싶다........

글. 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