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는 오해를 받는다. 남자로 보이거나 트랜스젠더로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남자같다, 남자처럼, 남자인양... 이런 수식어들이 부치에게 늘 따라다닌다. 그래서, 여성임을 긍정하지 못하고 남자를 동경해서 흉내나 되는 ‘짝퉁’남자으로 취급받거나 차마 성전환수술을 할 용기까진 없어서 그냥 사는 트랜스젠더로 오해받기도 한다. (물론, 역으로 어떤 사람들은 트랜스젠더에게 그냥 동성애자로 살면되지 왜 굳이 성전환수술을 하려고 하냐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아, 지겹다. 이런 드립들! 그러니 이제 정리 좀 해보자.
먼저, 부치와 FTM(Female To Male의 약자 /트랜스젠더 남성)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성전환 수술을 하고 싶어한다든지 진짜 수술을 했다든지 하는 식의 차이가 아니다. 가령, FTM에게 동성 친구는 남성일 것이다. 부치에게 동성 친구는 여성이다. FTM은 뭇남성들속에 섞여 있어도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가 목표라면 부치들은 ‘일반 남자’들과는 다르길 원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FTM이 머리나 의상 등 외양을 꾸미게 될 때 누가 보아도 남자로 보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부치가 인정받고 싶은 상대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꾸밈’을 추구한다.
또, FTM은 “자신을 여자라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거나 “가슴과 생리”라는 여성성의 표식이 언제나 곤혹스럽고 낯설었다고 말한다. (FTM이라고 꼭 이렇게 느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세상은 니가 진짜 남자라면 그래야되는 거 아니야라는 식으로 억압하는 탓도 있다.) 하지만, 부치에게 이런 ‘여성성’은 의문과 협상의 대상이다. 가슴과 생리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부치도 많지만 가슴과 생리를 편하게 받아들인다고 해서 부치가 아니라는 의심을 받지는 않는다. 부치들은 오히려 “나는 여자인데 왜 여자가 좋은가, 나의 여성성은 왜 다른 여자들과 다른가”를 고민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부치는 치마와 긴머리, 화장 등을 흔쾌히 즐기기도 한다.
이 세상은 생물학적으로, 그러니까 태어났을 때 어떤 외부 생식기의 모양을 가지고 있었느냐만을 가지고 성별을 나눈 다음, 평생동안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옷을 입을지까지 일일이 지정해주는 성역할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부치와 FTM 트랜스젠더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여성스럽지않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진짜 공통점은 그것이 아니라 “왜 네가 지정해준대로 살아야만 하냐” 라고 저항한다는 점이 아닐까한다. 흔한 말대로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를 성적으로도 만족시키고, 여자와 삶을 나누는 이를 남성이라고 정의한다면 부치도 남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부치가 남자 흉내를 내거나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볼 순 없다. 인간이라는 의미를 제거하고 남자=정액덩어리라는 식으로 정의내릴 참이 아니라면 부치와 FTM은 모두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남성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소위 ‘남성성’이란 것이 생물학적 남성만 가질 수 있는 고유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다. 부치는 남성의 모방자가 아니라 오히려 이성애자 남성의 경쟁자다. 그러니 이성애자라는 특권 떼고 공정하게 경쟁해보자고. 응?
글. 한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