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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L-NOLLAN?!/#5 Q

[Q] 칼럼 / Q WORD

Q WORD.

글. 타리

요즘 LGBT 뒤에 붙는 Q라는 그것. 퀴어(Queer)인지 퀘스쳐닝(Questioning)인지 조차 의견이 분분한 그것. LGBT라는 구분 자체를 의문시하는 그것. 뭔가 낯설고 어렵고 쿨싴한 인상을 주지만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이 절실한 그것.

Q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생각하고 그것의 다양한 차원을 이해하고 각각의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체화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Q는 LGBT라는 말로 충분해보이는 혹은 LGBTIA로 충분해보이는 ‘정체성’에 대한 설명이 가지고 있는 함정 혹은 빈곳을 드러내고 채우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LGBTIA 사이사이에 투명한 벽이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LGBTIA는 어떤 범주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지시어로 한정되고,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차원의 문제는 협소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레즈비언이면서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이면서 게이, 게이이면서 무성애자, 간성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의 존재는 그냥 “퀴어”로 한꺼번에 묶여버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으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은 당연히 비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는 무조건 이성애자!로 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 다양한 삶의 형태를 상상하거나 지칭하기 어려워서 “퀴어”로 부르고야마는 상황은 변화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스스로를 퀴어라고 정체화하는 이들 또한 LGBT라는 용어가 자신의 삶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수도 있겠구요.

이런 상황에서보면 주로 자신을 퀴어라고 부르길 원하거나 불리는 이들은 ‘젠더’ 규범에 문제의식이나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즈비언, 게이이지만 생물학적 차원이나 젠더 표현, 젠더 역할 등에 있어서 남성/여성의 구분이 불편한 이들이라고 친절하지만 협소하게 설명될 수도 있겠지요. 이들을 ‘젠더퀴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설명이 트랜스젠더, 성전환자와 차이를 갖는 것은 성적 지향에 대한 고민과 젠더에 대한 정체성이 교차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차의 경험은 내가, 혹은 그가 진짜 레즈비언인가, 혹은 수술과 신분변경을 원하는 진짜 성전환자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거리를 만들어줍니다. 오히려 나는 레즈비언인데 여성에게 요구되는 젠더 표현과 역할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시하는 이가 부치나 팸이라는 말로 부족하다고 여길 때 가지게 되는 현재의 언어가 퀴어가 되는, 그래서 결국 레즈비언, 부치, 팸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는 언어가 퀴어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퀴어라는 낯설고 난해한 언어를 독립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려하기보다 우리 내부의 규범과 기준들이 무엇을 레즈비언으로 수용하고 부치와 팸으로 설명하는지, 어떤 것들은 퀴어로 내보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커뮤니티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하고, 우리를 설명하고 있는 언어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하겠지요. 그래서 그동안 퀴어라는 단어가 너무나 절실했던 이들의 경험과 목소리가 조금 더 드러날 수 있다면 우리의 커뮤니티가 또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